후배의 방문

원광대 조교수로 있는 후배가 집에 왔었다. 미시간에 이사 온 이후로 한국에서 온 몇 안되는 손님 중 하나였다. 마침 내가 아직 학기 중이라 손님 대접은 커녕 학교에 잠깐 데려가서 나 일하는 동안 옆에서 꾸벅 꾸벅 졸게 만들기도 했다. Burch Run이란 몰에 잠깐 데려간 것 말고는 며칠 동안 집에서 맥주나 홀짝 거리게 만들었다.

전에 이 친구의 지도교수님이 미시간 어디에 와 계시다는 얘기를 듣긴 했는데, 그 어디가 바로 Lansing이라고 우리 집에서 한 시간 남짓한 거리에 있는 도시였다. 토요일에 교수님을 찾아뵈었는데 학부 때 수업 듣던 모습이 그대로 남아 계시긴 하지만 세월을 속일 수는 없는 일이라 교수님보다는 오히려 동네 할아버지 같은 느낌이랄까, 우리나라 이동통신업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수많은 인재들을 키워내셨던 교수님답지 않게 너무나 평범하신 모습에 살짝 속으로 놀라기도 했다. 수업 시간에 늘 조곤 조곤 말씀하셔셔 뒷자리에 앉은 아이들은 거의 들리지 않았던 것이 생각나기도 하고, 바이얼린을 연주하셨단 이야기도 생각이 나서, 이런 저런 음악 얘기도 듣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왔다.

토요일 밤에 Lansing에서 돌아와 그래도 외식을 한번은 해야지 싶어 저녁 식사도 할겸 집근처에 Buffalo Wild Wings에 가서 간단히 맥주도 한잔 하고 돌아왔다. 다음에 내가 방학일 때 오면 그래도 조금은 더 손님처럼 대접해주마하고 약속하면서 후배의 며칠 간의 짧은 방문이 끝이 났다. 나이 먹어갈수록 오며 가며 사람들하고 별의미 없는 듯한 대화라도 나누는 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점점 더 많이 느껴가고 있다.

미국 공대 교수 지원 – 4

이번에는 온사이트(on-site) 인터뷰에 대해서 간단히 정리한다.

회사에서 하는 온사이트 인터뷰와는 좀 다르게 학교의 경우에는 일단 학교 쪽 에서도 뽑고 싶은 마음이 있는 꽤 있는 상태라고 보면 된다. 학교입장에서는 다음 학기부터 이 교수가 필요한 입장이기 때문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최종 후보 몇 명 (보통 2~3명) 중에 한 명을 뽑게 된다. 경쟁력이 있는 지원자의 경우에는 여러 학교를 동시에 인터뷰를 보거나, 이미 offer를 받아 놓은 게 있거나 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학교 쪽에서도 최종 후보 중에 한명을 고르는 입장이기도 하지만 최종 후보들의 마음에 들어서 그 중 한명이 최종적으로 자기들 학교의 offer를 받아들였으면 하는 그런 마음 상태라고 보면된다.

온사이트 인터뷰에서는 그 학과의 다양한 교수들을 만나게 된다. 도착하는 날 저녁 식사가 잡혀있을 수 있는데, 이것도 인터뷰의 일부라는 걸 잊어선 안된다. 이런 저런 질문을 하는데 학교와 학과에 대해서 좀 자세히 공부해 가시면 대화할 때 도움이 된다. 식사를 하면서 이런 저런 대화를 하다보면 인성이 보이기 마련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다음 날 점심 식사도 몇 몇 교수들과 함께하게 되는데, 역시나 인터뷰의 연장이란 것 잊으면 안된다. 질문 중에 예를 들어 왜 우리 학교에 오려고 하냐는 이런 식의 질문을 할 수도 있는데, 물론 인터뷰를 보자고 했으니까 왔지만, 뭔가 좀 설득력 있는 대답을 준비하는 게 좋디. 이런 저런 점들이 딱 내 마음에 들었다 하고 구체적인 답변이라면 더욱 좋다.

어떤 과목들 가르칠 수 있느냐고 학과장의 경우에는 물어볼 수 있 는데, 적극성을 보이는 게 좋지만 아무거나 다 할 수 있다라고 하는 것보다는 다 가능한데 이런 이런 과목들은 내가 더 잘 가르칠 수 있겠다 하는 식의 대답이 좋다. 그러니까 학과 커리큘럼이 같은 걸 미리 한번 훑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온사이트가 끝나고 나면 교수들에게 채점지 같은 게 돈다. 인터뷰를 직접 하지 않고 프리젠테이션만 본 교수들도 할 수도 있다. 대개는 그 점수를 합산하게 되니까, 직접 인터뷰한 교수들 뿐만 아니라 만나게 되는 모든 교수들 에게 최선을 다하는 게 좋다.

너무 고집이 세어 보이거나, 자기 주장이 지나치게 강하거나, 너무 차갑게 보이거나 해서 같이 일하면 피곤하겠다는 느낌을 주면 아무리 연구능력이 뛰어나도 교수들이 꺼려할 수 있다. 특히 아주 큰 연구 중심 학교가 아닌 경우는 이런 경향이 조금 더 강한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무튼 너무 저자세도 아니고, 그렇다고 너무 고자세도 곤란하고 자신감 있어보이면서도 다른 사람과 잘 융합할 것 같은 그런 모습 이 적절하다.

미국 공대 교수 지원 – 3

오늘은 전화 인터뷰에 대해서 간단히 정리해본다. 아래 내용은 일전에 후배의 질문에 이메일로 답했던 것을 정리한 것이다.

인터뷰어나 학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내 경험을 중심으로 얘기해보겠다.
1. 먼저, 해당 학교와 학과에 대해서 조사를 한다. 학교의 vision이나 학과 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미리 공부해 두어야 한다. 인터뷰 답변 때 중간중간 에 슬쩍 슬쩍 넣어주면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왜냐하면 우수한 지원자 의 경우에 많은 곳에 지원하고 여러 군데에서 인터뷰 요청을 받는 경우도 많 기 때문에 지원자가 진짜 이 학교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아보 는 것도 중요하다. 최종 합격 하고 나서 다른 학교로 가버리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그저 한번 지원해보는 것인지 정말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인지도 학교 입장에선 중요한 문제가 된다. 
2. 자기의 장점과 단점을 미리 잘 정리해둔다. 특히 단점의 경우에는 질문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내 경우는 TA 경력도 없고 teaching에 대 해서 아무런 경력이 없어서 teaching에 대해 남다른 열정이 있다 는 점을 ‘가족사(?)’를 예로 들어가며 만회하려고 했었다. 물론 장점을 부각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점은 이미 지원서에 잘 나와있는 경우이고 그래서 전화인터뷰 까지 간 것이니, 장점도 장점이지만 혹시라도 단점으로 생각될만한 것이 있다면 현명한 답변을 준비해 놓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다.

3. 학과의 교육과정과 과목에 대해서 살펴보고, 자신이 가르칠 수 있는 과목들에 대해서 미리 생각해 둔다. 물론 새로 자신이 개설할 수 있을만한 과목이 있다면 그것도 생각해 두는 것이 좋다. 특히 학부중심 대학의 경우에 연구능력도 능력이지만 가르치는 능력이 아무래도 연구중심 대학들보다는 중요하게 생각되므로 학부중심 대학 또는 이른바 teaching school에 지원하는 경우에는 이 부분에 신경을 써서 준비하는 것이 좋다.

4. 예상질문을 찾아서 예상답변을 미리 마련 해 놓고 연습한다. 간단한 자기 소개부터 시작할 수도 있는데 이런 경우 진짜로 ‘간단히’ 소개하는 것보다는 자기 강점을 소개할 기회로 이용해야한다. 왜냐면 간단한 인적사항은 이미 지원서에 다 나와있으니 굳이 되풀이 할 필요는 없다. 강조할 만한 배경이 있다면 강조하한다.  나 같은 경우는 회사 경력이 좀 오래된 편이라 그게 좀 도움이 될까해서 이걸 강조했었다. 자기가 왜 이 학교에 지원했는지 이 학교의 어떤 점이 나에게 마음이 들었는지 등등.. 준비된 지원자라는 느낌 을 주는 것이 좋다.

영어를 아무리 잘 하더라도 즉문즉답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아무래도 조리있게 답변하려면 미리 예행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터뷰를 하는 교수들 입장에서도 질문할 내용을 생각해 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서 예상질문리 스트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스피커폰으로 여러 명의 인터뷰어가 질문을 할 수도 있다. 크고 자신 있게 대답하는 것도 중요하다. 저희 학교에서도 인터뷰를 봐보신 교수님 께서 말씀하시길 전화인터뷰를 해보면 많은 경우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대부분 그대로 탈락이다. 질문을 잘 못 들었으면 당당하게 다시 물어보고 대답하면 된다.

5. 영어 문제. 한국 학생들의 경우 영어문제에 지나치게 주눅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다. 좀 과격하게 얘기한다면 발음이나 완벽한 영어문장 구사 같은 것에 너무 신경쓰지 않으셔도 된다. 영어 잘하는 사람을 뽑고 싶었으면 그냥 미국사람을 뽑을테고 그렇다면 유학생들에게 기회가 오기 힘들텐데, search committee에 있어봐도 지원자들 대부분이 미국에서 학부를 졸업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지금 있는 학교에 온 후로 다른 신임교수 임용 때 인터뷰를 해 보거나 연구주제 발표하는 걸 봐왔는데, 영어가 크게 걸림돌이 되는 경우는 못 봤다. 문법에 맞지 않는 영어 문장을 계속 구사하는데도, 발표 후에 우리끼리 있는 자리에서, 그 지원자에 대해 아주 좋은 평가를 하는 걸 봤다. 어차피 몇 주 안에 갑자기 안되던 영어를 되게 할 수는 없다. 인터뷰어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서는, 영어에 대해서 약간은 대책없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다음에는 온사이트(on-site) 인터뷰에 대해서 계속…

유화 그리기 – 스티브 잡스

전에 유화 그리기로 하고 밑그림 스케치만 해놓았다가 몇 주를 그냥 지냈다. 캔버스에 연필로 쓱쓱 그린 투박한 것이 나름 느낌이 좋았는데, 어차피 유화를 그리기로 한 것이니 그래도 그냥 계속 둘 수는 없어 색을 칠하기 시작했다.

역시나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 자세한 기술들은 모르겠고, 색도 그냥 느낌대로 섞어 썼다. 이렇게 몇 차례 더 습작을 하다보면 내가 알아야할 것들이 좀 더 명확해지리라.

완성하려면 아직 멀었지만 일단, 중간과정을 기록 삼아 남겨두기로 한다.

짜놓은 물감이 아까운 생각이 들어 여기 저기 써먹었더니 대략 전체적으로 같은 톤의 색이 자꾸 들어가는 것 같군. 다음 번 작업 때는 배경을 조금만 더 밝게 해볼 생각이다. 눈썹, 눈, 코, 입, 수염 모두 한 단계 더 세세한 붓질을 하기로 한다.

미국 공대 교수 지원 – 2

자, 그렇다면 지원 과정에 대해 알아보자.

어떤 학교를 지원할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자기 자신을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그저 그런(?) 학회 논문 몇편 갖고는, 당연한 얘기겠지만, 연구중심 대학은 언감생심이다. 자신이 졸업한 학교와 연구실의 명성도 고려대상이다. 물론 눈에 띄게 뛰어난 연구실적을 갖고 있다면 예외겠지만, 그저 그런(?) 대학원에서 학위를 받았다면 100에 99이상은 뛰어난 연구실적을 갖긴 힘들다. 이건 개인적인 능력의 여부를 떠나서 그렇다는 말이다. 학교 수준에 따라서 수행했던 연구의 규모나 수준이 차이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쉽게 말해 US News and World Report 같은 곳에서 내는 대학원 전공별 순위로 생각한다면 아래 쪽 학교에서 학위받아서 그 위로 가기는 쉽지 않다는 말이다.
자, 이렇게 자신의 수준을 먼저 냉철하게 파악을 한다음, 해야할 일은 모집공고가 난 학교의 학과를 아주 살펴보는 일이다. 최근에 임용된 assistant professor 교수들의 출신학교나 임용되기 한 해 전까지의 논문실적을 살펴보면 대체로 답이 나온다.
처음에는 이런 과정이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하다보면 이력이 나서, 이내 어떤 대학이든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학과 홈페이지도 귀신같이 빨리 찾아내게된다. 
개인적인 경험을 얘기하자면, 졸업 하기 전 해 여름까지도 직장을 알아보고 있었던 나는 학교에 지원하기위해 필요한 아무런 준비도 해 놓은 것이 없었다. 논문 실적도 보잘 것 없었고 다른 특별한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부랴 부랴 이것 저것 준비를 시작했는데 그렇다보니 시작부터 눈높이를 낮추어 큰 주립대 시스템에 속해 있는 작은 캠퍼스를 집중적으로 공략해 보기로 했었다. 

몇 군데나 지원할까?

자기 수준과 지원 가능한 학교들 수준이 어느 정도 파악이 되었다면, 모집 공고가 난 학교들 가운데, 가능하면 많이 지원하는 것이 좋다. 학교 쪽에서 원하는 분야와 차이가 나더라도 상관없다. 우리 과에서도 올해 새로 신임교수를 뽑을 예정으로 지원서를 받고 있는데, 일차로 지난 연말에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훑어볼 기회가 있었다. 적게 잡아도 2/3 이상은 우리가 공고한 모집 분야와 상관없는 사람들이다. 이런 지원서는 대체로 그냥 걸러질 가능성이 높지만, 지원자 입장에서는 자기가 미리 걸러서 보낼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요즘은 거의 웹에서 파일 업로드를 통해 지원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우편요금도 들지 않으니, 굳이 자기가 너무 까다롭게 거를 필요가 없다. 대신 Cover Letter를 잘 쓰는 것이 중요하다. 모집 분야가 자기 경력이나 전공분야와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다면 어떻게라도 엮어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나는 어떤 주라도 상관없고, 티칭 스쿨도 상관없다는 생각이어서 Computer Science와 Computer Engineering 분야로 나온 거의 모든 학교들에 모집세부전공분야와 상관없이 지원했다. 주를 대표하는 연구중심 대학들은 지원하지 않았고, 주로 작은 주립대들과 박사과정이 없는 사립대들을 지원했다. 80군데 정도 지원을 했는데, 마침 금융위기가 한창 때였던지라 많은 학교들이 모집공고를 취소해버리는 바람에 많은 학교들은 지원자체가 취소되었다.
내가 참고했던 어떤 미국인의 지원기를 봐도 100군데 이상 지원하면 잘 해야 5군데 정도에서 전화인터뷰 요청이 온다고 했으니, 전화 인터뷰까지 가기도 쉬운 일은 아닌 게다.
다음에 계속…

새 학기 시작

내일이면 2013년도 새학기가 시작한다. 우리 학교는 일종의 쿼터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어서, 새로 시작하는 년도의 첫 학기가 ‘겨울’학기다. 그래서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학기 이름을 헷갈릴 때가 있다. 2013년 겨울하면, 왠지 그해 연말이 자꾸 연상이 되어서 그렇다.

이상하리만큼 길게 느껴졌던 지난 가을학기(10월, 11월, 12월)를 마치고 새 학기가 시작이다. 새로 가르치게 되는 과목도 한 가지 더 생겼는데, 이 과목은 기존의 내 teaching load에 추가로 해야하는 일이다. 이런 경우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학교로부터 받는 보수는 작은 편이라 교수들이 그다지 탐탁치 않게 생각한다.

하지만 어쨌든 기본연봉에 추가로 얼마만큼의 돈이 나오는 일이니 나로선 그렇게 나쁜 일은 아니다. 몸이 좀 고생이지만 어쨌든 추가로 수입이 생기는 일이니 마다할 일은 아니다.

이번 학기에 새로 할 일들을 생각하다가 몸에 병이 날 지경이었는데, 내일로 다가오니 차라리 마음이 편해진다. 세 달만 잘 넘기면 다음 학기는 한과목만 가르치면 되고, 그 다음 학기는 내 off-term이다. 기운내서 2013년 새 학기 시작하자.

미국 공대 교수 지원 – 1

It’s luck!

박사과정 막바지에 지도교수님께 교수로 취업을 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요하고 여쭤보았을 때 교수님께서 주신 답변이다. 교수자리를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 예상치못한 요소들이 많다는 뜻이리라.

구직자와 고용자의 입장이 절묘히 맞아떨어지는 지점이 있어야한다는 것이 학교에서나 회사나에서나 마찬가지겠다. 하지만 그 만나는 지점이 회사에 비해서는 아주 좁은 것이 학교 쪽에서 교수를 임용할 때다.

그렇다고 운만을 믿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도 없는것이고, 어디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 내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보더라도 미국 공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나서, 미국에 남아서 교수가 되려고 했을 때, 막상 도움을 받을 만한 곳이 별로 없다. 물론,

  • 구름 위 어디 쯤에 있는 아주 좋은 대학원에서,
  • 아주 유명한 지도교수님을 모시고, 
  • 연구활동이 굉장히 활발한 연구실에서,
  • 논문을 아주 많이 썼다면,
얘기가 다르겠다. 내 자신이 이런 특별한 경우에 해당하지는 않아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자신이 원한다면 왠만한 대학에 조교수로 부임하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 같으니 어떻게 하면 교수가 될 수 있나 자체를 별로 고민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처럼 조금은 평범한 사람의 경우에는 고려해야 할 사항이 무척이나 많다. 우선 주변에 미국에서 교수를 하겠다고 하는 사람을 찾기도 쉽지 않으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 지 난감한 경우가 많다.

몇 차례 후배들로부터 조언을 요청받은 일도 있고해서 이번 기회에 “미국에서 공대 교수되기”에 대한 내용을 여러 차례에 걸쳐 나누어 정리해볼까 한다.

시작하기 앞서


적성

무엇보다, 교수라는 직업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지를 심각하게 생각해보아야 한다. 교수라는 일의 특성에 대해 먼저 잘 알아보고, 자신의 적성을 돌아보는 일이 가장 먼저해야 할 일이다.

교수의 주된 일은 대략 다음 세가지다.

  • 수업: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
  • 연구: 자신의 연구를 수행. 과제를 수행해서 학교에 금전적 이득을 가져다주기도 하고 대학원생과 함께 연구를 수행해서 학문적 성과를 낸다. 이런 성과를 기반으로 다시 과제를 따내어 과제를 수행한다.
  • 서비스: 학교의 일원으로서 해야되는 여러가지 일들이 있는데,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하루 종일, 좁은 연구실에 쳐박혀 책에 코박고 있는 모습만이 교수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물론 그런 분들도 계시지만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 다양한 모습의 교수님들이 계시지만 대학은 위에 언급한 세 가지를 수행하는데 문제가 없다면 최대한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는 곳이기도 하다. 좁은 연구실에 쳐박혀 있는 것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지레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교수라는 직업이 한국에서처럼 남들이 높여주는 직업은 아니기때문에 그냥 교수라는 타이틀만 보고 자신의 적성을 무시하면 견디기 힘든 아주 따분한 직업이 될 수도 있다.

다음으로 미국의 대학들에 대해 알아보자. 교수자리를 알아보는 구직자의 입장에서 미국대학은 대략 다음 세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 커뮤니티 칼리지: 2년제 대학으로 한국의 전문대학과 비슷한 개념이다. 이 대학의 교수들은 대부분 연봉이 그리 높지 않지만, 연구나 학생지도의 부담없지만 수업 부담이 많다.
  • 학부 중심 대학: 대학원 과정이 없거나 석사과정까지만 제공되며 주로 학부교육이 중심으로 구직자들은 주로 teaching school이라고들 부른다. 커뮤니티 칼리지와는 달리 학생지도도 해야하고, 학부생들 수준에 맞는 어느 정도의 연구능력을 요구하는 학교들도 많다.
  • 연구 중심 대학: 구직자들이 나온 대학일테니 더 이상 설명은 불필요할 듯.
학부중심대학은 연구활동 부담은 덜하지만, 새로 부임한 조교수에게도 수업부담이 큰 경우가 많다. 연구 활동보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열정이 있다면 지원해볼만하다.

수입

한국의 대학과는 다르게 미국대학은 단과대학별로 또 과별로 신임교수들의 연봉이 다르다. 인문대나 자연과학대의 연봉은 상상하는 이상으로 박하다. 그래서 여름방학에 학생들이 피자배달을 시키면 교수가 배달하러 온다는 농담이 진담처럼 떠돌아도 하나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나마 공대는 사정이 조금 낳은 편이다. 하지만 대체로 회사에 취업하는 경우보다 최소 $30,000이상 적은 것 같다. 
대학교수들은 12개월 중 9개월만 일하는 것으로 연봉 계약을 하는데, 나머지 3개월은 과제 수행을 통해 추가로 벌든지 아니면 그냥 놀든지 해야한다. 하지만 3개월치 월급을 더 벌어들일 수 가능성은 있으니 능력에 따라서는 회사다니는 사람 부럽지 않을 정도의 수입을 올릴 수도 있다.
연봉은 주립인지 사립인지에 따라서도 다르고 주에 따라서도 다르고 또 학교 수준에 따라서도 많이 다르다. 괜찮은 연구중심대학의 연봉은 회사 다니는 사람 부럽지 않을만큼 높은 편이지만, 작은 주립대학들은 상대적으로 연봉이 많이 박하다.

그래도 대략 숫자로 정리해본다면 작은 주립대학은 작게는 5만불 중반에서 시작하는 경우도 있고, 사립대학이나 조금 규모가 있는 주립대학들은 7만 언저리, 연구중심의 큰 대학들은 대체로 9만불 이상 쯤인 것으로 알고 있다.

사전 준비

자, 자신의 적성도 확인했고, 조금 적을 수도 있는 수입을 감내할 준비가 되었다면, 박사과정 동안 다음과 같은 점에 좀 더 신경을 써야한다.

  • 가장 중요한 것은 Science나 Nature에 낼 논문이 아니라면 가능하면 논문을 많이 써 두는 것이 좋다. 아무래도 연구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 추천서를 부탁할 최소한 세 분의 교수님들과 친해두는 것이 좋다. All A를 받을 수 없다면, 선택과 집중을 통해 그 교수님들 과목은 A를 받아두는 것도 필요하겠다.
  • 운이 좋아 박사과정 내내 연구조교를 해야했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가능하다면 teaching assistant 경력을 쌓아 두는 것이 좋다. 

준비를 시작하는 시점

졸업하기 전 가을이 가장 적당한 시간이다.

대부분 대학에서 9월부터 시작하는 가을학기에 신임교수들이 근무를 시작하기를 원한다. 이런 경우 교수모집 공고는 그 전에 늦가을부터 내기 시작해서 봄이 되기 전에 마감한다. 미국은 겨울방학이 아주 짧아서 1월부터 새학기가 시작되는데, 1월이 되면 후보자를 걸러내는 작업을 시작하고, 3월이나 4월 쯤 전화 인터뷰를 하고, 최종적으로 세 명 정도를 학교로 직접 불러 만나보는 on-site 인터뷰를 하게되는데, 이런 과정이 늦어도 5월 중에는 끝나야 한다.

지원서도 가능하면 빨리 접수시키는 것이 좋은 편이라 졸업년도 한 해 전 12월 크리스마스 연휴가 다가오기 전에 모든 지원서를 접수시키는 걸 목표로 삼는 것이 좋다.

준비

학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있는데 대부분의 학교에서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서류는 다음과 같다.

  • Cover Letter: 지원하게 된 동기와 간단한 자기 소개
  • c.v.(일종의 이력서로 학교 쪽에서 주는 방식이다.) with at least 3 references: 추천인 명단 최소 3명
  • Research statement (연구계획서)
  • Teaching philosophy (교수법)

Teaching school인 경우 추가로, 학부와 대학원 성적표(transcripts)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각 서류의 작성법은 인터넷을 찾아보면 작성법과 더불어 참조할 수 있는 샘플이 많다.

각 서류를 작성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나중에 별도로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시작

자, 그럼 이제 어느 대학에 지원을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자신이 목표로 하는 지역이나 대학이 확실하다면 그곳만 공략하면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무조건 많이 지원하는 것이 좋다. 지원서 작성과 인터뷰도 다 경험이 되니, 마음에 쏙 들지 않는 학교라고 인터뷰를 거절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모집공고를 찾을 수 있는 웹사이트들은 어디가 좋은가? 다음 두 사이트가
다양한 학교의 모집공고를 만날 수 있는 곳들이다.

다음에 계속…

아내가 준 용돈

얼마 전에 아내가 내게 $200을 주었다. 그냥 용돈이란다. 이 돈은 아내가 그간 짬짬이 반주와 레슨을 통해 벌은 것 중 일부로 아내 입장에서는 매우 큰 돈이다.

작년에 처형으로부터 생일 선물 명목으로 꽤 큰 액수의 돈을 받았는데 아무래도 온전히 날 위해 쓰기에는 아까운 생각이 들어, 아내에게 실내 운동용 자전거를 사주었더랬다. 이건 온 가족이 다 같이 쓸 수 있는 것이니 아내에게 생색도 내고 아무래도 그것이 가장 현명하게 그 돈을 쓰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주 가끔씩은 나 자신에게 자그마한 선물 정도는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이번에는 정말 아내의 바램대로 이 $200을 온전히 써볼 생각이다.

며칠째 고민 중인데, 마땅한 것이 떠오르지 않는다.

간편하게 쓸 수 있는 자동카메라를 하나 살까 생각도 했는데, 스마트폰마다 카메라가 달려있는데 아주 좋은 카메라가 아니라면 필요없을 것 같고, 요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자동으로 클라우드서버에 업로드되는데, 사진기에서 매번 사진 다운로드 받기도 귀찮다. 저렴한 캠코더를 하나 살까 하다가 그건 내 자신에게 주는 선물은 아닌 것 같고…

내 차에 CD 플레이어에 CD가 들어가서 나오지 않은 지 2년도 더 된 것 같은데, 이 참에 내 차에 CD 플레이어를 바꿔달아볼까? 근데 요즘 누가 CD 듣냐.. 스마트폰에 있는 음악듣지.

미술도구나 잔뜩 사 놓을까? 봄이 오면 크리스에게 그림을 본격적으로 배워볼까? 야구글러브를 하나 새로 사볼까? 아내에게 받은 돈으로 아직 아무 것도 사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행복한 고민”은 이미 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