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주는 여러 가지 일이 한꺼번에 닥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벌여놓은 일이 많아 한번은 터지지 싶었는데, 바로 그런 상황이 벌여졌었다.
- 중간고사 성적처리
- 밀린 실험과제 채점하기
- 후배와 하는 과제에서 결과내기
- 제안서 준비해서 내기
- 책쓰기 (세번째 장 마감)
- 신임교수 임용 관련 회의/인터뷰
- 동료교수와 함께하는 프로젝트 관련 회의/진행
- 새로 가르치는 과목 수업준비
- 이번 봄과 여름 우리 집에 방문하시는 어른들 일정 확정/항공권 발권
세상사는 이야기
지난 몇 주는 여러 가지 일이 한꺼번에 닥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벌여놓은 일이 많아 한번은 터지지 싶었는데, 바로 그런 상황이 벌여졌었다.
그동안 몇 학생의 학부졸업논문 심사를 하긴 했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인쇄본을 받아보게 되었다. 초안을 작성해 오겠다면서 시간약속을 어지간히도 안지키던 학생이었는데, 졸업은 재작년 말에 한 걸로 기억하는데 결국은 학사학위를 졸업 후에 1년이 넘어 받게 되는구나. 내가 굳이 까다롭게 굴지도 않았는데 몇 번 교정본이 왔다 갔다 하다가 1년이 훌쩍 넘어가버린거다. 새 교정본이 올 때마다 기본적인 것도 손을 보지 않았으니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수업을 못 따라오거나 공부를 안하는 학생은 아니었는데, 그것보다 해야할 일을 정하고 그에 따른 일정을 관리하는 쪽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막상 이렇게 찍혀나온 걸 보고 있자니 뭔지모를 책임감이 뒤늦게 든다. 아.. 이런 기분 싫은데..
미시간으로 이사 온 지도 벌써 3년이 훌쩍 지났다. 내겐 미국 어디나 마찬가지로 낯설고 물설으니 미시간이라고 해서 특별할 것도 없겠다. 어쨌든 낯선 미시간에 와서, 덜컥 집도 사고, 아이들도 학교를 몇 해째 다니고, 아내도 이런 저런 일을 하게되고, 나도 시간이 지나면서 학교에서 해야할 일도 많아지면서 그야말로 어느 정도 정착이란 걸 하고 있구나 하고 새삼 느끼게 된다.
아이들이 커가는 것을 보면서 이러면 안된다 저러면 안된다 하는 식으로 잔소리가 늘어가는 나를 발견한다. 늘어가는 잔소리만큼 나도 딱 그만큼씩 노인네가 되어가는 것 같다. 아침에 아이들을 깨워 왁짜지껄 아이들을 데리고 우리 학교로 출근을 했다. 4, 5년 후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어 집을 나서고 아내와 나만 넓은 집에 남겨져 있는 상상을 한다. 새털같이 많은 나날들이 지나고 나면 쏜살같다.
아버지 기일이 다가와서일까. 요 며칠 아버지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나 자신이 살가운 아들도 아니었고, 아버지도 대부분의 그 연배 경상도 남자들처럼 자식들에게 별 말씀은 없으신 분이었다.
이제와서 갑작스레 내게 무슨 애틋한 마음이 드는 것도 아닐텐데 자꾸만 관속에 누워계시던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과 산소에 마지막에 묻히실 때의 정경이 느닷없이 머리 속에 그려진다. 동네 어귀에 있던 정자에 앉아 산책 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쉬시던 모습이며, 아무 생각 없으신 듯 무심한 표정으로 TV를 응시하시던 모습같은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모습들이 자꾸 내 머리 속에 들어 왔다 나갔다를 한다.
이 달 말이면 벌써 아버지 기일인데, 세월이 참 시나브로 흐른다 싶다.
금요일 오후, 올 상반기는 유난히 바쁘게 보내게 될 모양인데, 주말에 해야 할 일이 딱 하고 버티고 있으니, 마음이 주말을 맞는 게 아니라 마치 다시 월요일을 맞게 되는 기분이다.
지난 주에 바람이 유난히 많이 불더니만 결국 지붕의 일부가 손상을 입은 것 같다. 다른 때보다 유난히 소리가 많이 난다싶었더니 심한 바람에 일부 지붕의 약한 부분이 견디지 못한 것 같다. 멀리서 보면 무언가 얹혀있는 것 같은데, 가까이서 보니 지붕에 타일처럼 붙어있는 것들이 마치 일부러 조각이라도 해 놓은 것처럼 멋지게(?) 일어나 있다.
월요일 아침이 되자마자 보험회사에 전화를 해서 지붕 고치는 사람 연락처를 받아 상황을 보고 연락을 달라고 해 놓았다.
몇 주 전에 자동차 고치느라 2천불 가까운 돈을 치르고 나니, 통이 커져서인지 별로 걱정은 안된다. 말썽없이 잘 고쳐지기만 바랄 뿐이다. 가끔씩 바람이 아주 심하게 부는 동네이니 튼튼하게 고쳐져야 할텐데 하고 생각하고 있다.
자동차를 수리해야했던 이유는 엔진이 과열되었기 때문이다. 냉각수가 똑 떨어져버렸던 모양이다. 보통은 엔진오일 같은 것 갈 때 보충해 주는 것 같기도 하고, 가끔은 내가 직접 확인해보고 채워주기도 했는데, 내가 주로 쓰는 차가 아닌지라 잠시 관리를 소홀히 했더니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다. 아침에 엔진 과열등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상태로 10마일 정도는 더 운전을 해야했는데, 그 때문에 손볼 곳이 많아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게 되었다. 바로 차를 세우고 견인을 했어야 했다고 수리하는 사람이 충고를 해 주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가 조수석에 타고 있었고, 학교 근처에 자주 가는 수리점이 있어 빨리 손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아내 혼자 앤아버를 다녀오는 길에 이런 일이 생겼더라면 아주 골치아프게 될 뻔했고, 그 상태로 계속 운행을 했다면 엔진 수리도 불가능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 불행중 다행이라 생각한다.
우리 과에서 새로 교수를 뽑고 있다. 내가 일하는 과를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전기 컴퓨터 공학과” 쯤 되는데 그 중에서 전기 분야 쪽으로 조교수를 채용하려고 하는 중이다. 작년에 위원회가 결성되었고, 나도 위원으로 참여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