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

로마에서 열린 BIOSTEC 2016 학회에 다녀왔다. 수준 높은 학회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좋았다. 한국의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에서 오신 분들을 만나서 내가 수행 중인 과제를 소개할 기회가 있었다. Key Note 발표 중에 Deep Learning을 이용한 이미지 인식, 분류에 대한 내용도 재미있게 들어서 내 연구에도 활용할만한 아이디어도 얻었다.

로마에는 2002년 아내와 함께 갔었고,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다. 천년고도가 10여년 만에 뭐가 바뀌었을까만 지난 여행의 기억이 조각 조각으로만 남아 있어서, 내게는 처음 간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다만 지난 번에 아쉽게 못 갔던 곳, 콜롯세움 내부와 바티칸의 성베드로 성당은 꼭 가보고 싶었다. 하루를 온전히 빼서 미술관과 박물관을 둘러보고 싶었는데, 한 나절 동안 겨우 두 개의 미술관만 둘러 볼 수 있었다.

이동 수단은 지하철을 탔는데, 지하철 세 네 정거장 정도는 걸어도 괜찮을 정도로 로마 자체가 넓지가 않다. 출퇴근 시간은 사람들로 넘쳐났고, 비좁은 도로에 최적화된 장난감같이 자그마한 자동차가 참 많았다. 사람들의 체구는 아담해서 천년 전 유럽을 호령하던 로마제국을 상상해내기는 쉽지 않았다. 로마 곳곳의 유적지(폐허라고 하는 게 더 적당할 듯)도, 당시 사람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벽돌 하나, 기둥 하나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로마에서 들렀던 곳들을 간단하게나마 정리해두고 싶은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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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교양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얇은 지식”이란 책을 쓴 채사장이란 필명을 가진 분이 쓴 책, “시민의 교양”을 다 읽다.

제목이 참 건조하다 싶었는데, 다 읽고 나니 더 좋은 이름이 있을까 싶다. “인민”이란 말이 금기어가 된 마당에 “시민”보다 더 적당한 말을 찾기 어렵다는 말에 동의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단순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충분한, 틀을 제공함으로써 시민이라면 가져야할 기본 소양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책이다. 고등학생 이상의 학생들에게 필히 읽혔으면 하는 마음이다.

커피

커피를 끊은 지 2주가 되어간다. 얼마 전 속이 불편해 며칠 고생한 다음에 자극적인 음식을 줄여볼 생각으로 매일 학교에 출근해서 습관처럼 마시던 커피를 아예 끊어버렸다.

어떤 이는 커피를 끊으니 심한 두통이 찾아왔다고 하던데 다행히 내게는 그런 증상은 없다.

커피 도움 없이 아침을 시작하는 일이 쉽지는 않아서 오후가 되면 피곤이 마구 밀려와 힘이 들기는 하지만 속은 한결 편해졌다. 불편한 속 때문에 생기는 불쾌감이 커피한잔의 달콤함보다는 훨씬 크다.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마시지 않아볼 생각이다.

커피에 대한 생각이 간절해 지거나 하는 건 아니고, 몸이 쳐지면 카페인을 채워줘야지 하는 생각이 먼저드는 걸 보면 커피가 중독인 상태는 아니었나보다. 뜨거운 물 한잔을 커피 대신 홀짝거리면서 제정신이 돌아오기를 기다려보고 있다.

안철수

안철수의 국민의 당이 총선에서 어떤 결과를 낼 지 아직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돗자리를 깔고 얘기하자면 “실패!”라고 말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안철수에게는 몇 번의 황금같은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다 흘러갔고, 그런 기회가 그에게 또 올 것 같지는 않다. 구태인물을 모아서 새정치라니 애초부터 음식이 나올 수 없는 조리법을 들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다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아직까지 실체를 아무도 모른다는 새정치라는 구호말고는 확실한 노선이나 정강 정책도 없고, 구태인물들 영입에만 몰두하고 있는 모습에서 그게 무엇이듯 새로움을 발견할 수는 없다.

국민의 당이 다가오는 총선에서 그래도 쓸만한 후보를 낸다면, 그것으로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에게 어부지리 승리를 안겨주는 역할 밖에는 할 것 같지 않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역설적이게도 그의 새정치라는 것이 새정치민주연합에 구멍을 내 그 안에 있던 고인 물을 빼주는 역할을 해서 더민주당이 새로 태어날 수 있게 해주었다는 것. 어쩌면 그가 말한 야권의 혁신이 그가 의도했던 방식은 아니지만 그를 중심으로 하는 동력으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