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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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에 이 편지를 받았다. 드디어 부교수로서의 승진이 최종적으로 확정된 것이다.

2004년 여름, 입학 허가서 한 장 달랑 들고, 1년 치 생활비만 챙겨 Texas로 갔었다. 5년간의 학위 기간 동안, 우리 가족에게 닥쳤던 육체적, 정신적, 재정적 시련, 그리고 내 개인적인 어려움을 힘겹게 넘겼다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2009년 졸업과 더불어 2년 계약으로, 신분이 불안정한, 방문 교수로 지금의 Kettering에 오게 되었다.

학과장의 호의와 함께 운도 따라주어 2010년 5월부터 정식 조교수로 일을 시작하게 되고, 그렇게 만 6년이 다 되어간다. 지난 6년 간 다사다난했다는 말로 밖에 표현하기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오늘 승진 편지를 받았다.

돌이켜보면 온전히 내 힘만으로는 여기까지 올 수 없었다. 상투적인 얘기같지만, 잠시만 돌이켜봐도 그렇다. 지금은 그만 둔 이전 학과장 Jim의 전폭적인 지지가 없었다면, 지금하고 있는 과제를 시작하지 못했을게다. 또한 박사 지도 교수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 과제 제안서를 만들어내지 못했을게다. 동료교수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자리잡기가 쉽지 않았을테고, 또한 아이들과 아내의 헌신적인 도움이 없었다면 아예 엄두도 내지 못했을 일들이다. 그리고 언제나 아들을 자랑스러워하시는 한국에 계시는 어머니.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무척 기뻐하셨을텐데, 장모님도 살아계셨더라면 누구보다 더 기뻐하셨을거고.

아무튼 나도 참, 기쁘다.

무제한 토론

한국 국회에서 테러방지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이 며칠 간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되다가 막을 내렸다. 야당은 그 막을 내리는 방법이 서툴러 그나마 얻은 점수를 많이 까먹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우리 모두에게 아주 귀중한 기회였다.

흔히들 정치는 썩었고, 정치인은 욕망에 눈이 멀어있고, 권력만 쫒는 무뇌인처럼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정치인 한 사람, 한 사람이 개성과 역사를 가진 살아있는 사람들이란 걸 시민들에게 알려주게된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정치를 더럽다고 욕하고, 정치인은 썩었다고 욕을 하지만, 사실 우리 사회 어느 분야보다도 대중에게 많이 노출되어 있어서 그나마 어느 정도의 건강성을 유지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고 역설적이지만 생각하게 된다. 학계나 회사나 어떤 조직이든 잠시만 돌이켜보면, 여의도 국회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못하다고 할 수 없는 부조리가 또아리를 틀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그렇게 욕해마지 않는 정치인들은 과거처럼 독재자가 꽂아준 국회의원도 아니고 국민들의 손으로 뽑힌 사람들이니, 사실 정치인의 수준이란게 시민들의 정치 수준과 함께 가는 법이다. 정치와 정치인을 싸잡아 욕을 하는 것은 조금만 돌이켜보면 결국 자기 얼굴에 침뱉기다.

오랜 기간 동안 정부의 거수기 노릇이나 하던 국회에 진정한 토론문화가 정착되기가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이제부터라도 국회에서 좀더 많은 말과 토론이 풍성하게 일어나고 강압과 구호에 의한 통치가 아닌, 말과 토론에 의한 정치가 이뤄졌으면 하고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