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한 토론

한국 국회에서 테러방지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이 며칠 간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되다가 막을 내렸다. 야당은 그 막을 내리는 방법이 서툴러 그나마 얻은 점수를 많이 까먹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우리 모두에게 아주 귀중한 기회였다.

흔히들 정치는 썩었고, 정치인은 욕망에 눈이 멀어있고, 권력만 쫒는 무뇌인처럼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정치인 한 사람, 한 사람이 개성과 역사를 가진 살아있는 사람들이란 걸 시민들에게 알려주게된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정치를 더럽다고 욕하고, 정치인은 썩었다고 욕을 하지만, 사실 우리 사회 어느 분야보다도 대중에게 많이 노출되어 있어서 그나마 어느 정도의 건강성을 유지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고 역설적이지만 생각하게 된다. 학계나 회사나 어떤 조직이든 잠시만 돌이켜보면, 여의도 국회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못하다고 할 수 없는 부조리가 또아리를 틀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그렇게 욕해마지 않는 정치인들은 과거처럼 독재자가 꽂아준 국회의원도 아니고 국민들의 손으로 뽑힌 사람들이니, 사실 정치인의 수준이란게 시민들의 정치 수준과 함께 가는 법이다. 정치와 정치인을 싸잡아 욕을 하는 것은 조금만 돌이켜보면 결국 자기 얼굴에 침뱉기다.

오랜 기간 동안 정부의 거수기 노릇이나 하던 국회에 진정한 토론문화가 정착되기가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이제부터라도 국회에서 좀더 많은 말과 토론이 풍성하게 일어나고 강압과 구호에 의한 통치가 아닌, 말과 토론에 의한 정치가 이뤄졌으면 하고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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