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하루

아침부터 안개가 내린다. 이번 주 초부터 갑자기 날씨가 풀리고 어제는 이슬비가 내렸다. 오늘은 안개가 비처럼 무겁다.

오늘 목요일은 일주일 중에 수업이 없는 유일한 날이다. 하지만, 주 중의 밀린 일들도 처리해야 하고, 시간이 없어 미뤄두었던 것들도 마무리해야 하고, 무엇보다 큰 뭉터기 시간을 쓸 수 있는 유일한 날이라, 차분히 연구에 집중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나름대로 연구집중일이라  부르고 있다.

하지만 수요일 저녁에는 마치 휴일을 앞둔 것처럼 마음이 풀린다. 어제도 늦게서야 잠이 들고, 아침에 침대에서 뒤척이다 겨우 일어나, 늦은 샤워를 하고, 아내와 짧은 수다를 뒤로 하고 출근을 했다.

미뤄놓은 일들이라는 게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재미없는 일인 경우가 많다보니, 시작이 쉽지 않다. 포기하고 주말로 미룰까 하는 유혹에 잠시 흔들리다가 그래도 오늘 처리하자고 마음을 다잡는다. 주말로 미뤘다가 주말에 다른 일정이 생기거나 더 흐트러진 마음에 일에는 손도 못대고 고스란히 다시 들고 학교로 오는 날들이 어디 하루 이틀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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