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철학을 만나다

장하석 교수가 쓴 “과학, 철학을 만나다”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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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책을 주문하면서 호기심에 함께 주문한 책이다. 보통 이런 식으로 주문한 책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대 이상이다. 재미도 있을 뿐 아니라, 공학자로서, 넓은 의미의 과학자로서 연구 방법론에 대해 다시 한번 돌이켜보는 계기가 되었다.

책을 관통하는 큰 줄기는 과학 자체와 과학 방법론에 대한 칼 포퍼와 토마스 쿤의 대립적 입장의 소개이지만, 저자의 다원주의적 과학에 대한 이야기와 그와 더불와 온도계와 전지에 대한 이야기도 읽는 재미가 쏠쏠하고 생각할 거리도 많다.

과학사와 과학방법론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강추.

수녀들의 뇌

2016년 3월 24일 Atals Obscura에 소개된, “The Neurologists Who Fought Alzheimer’s By Studying Nuns’ Brains’를 정리한다.

알츠하이머는 대개 60세 이후에 시작되는 치매를 동반하는 뇌질환이다. 뇌세포가 천천히 파괴되면서 기억력뿐만 아니라 인지능력이 떨어지면서 결국 죽음에 이르는 무서운 병이다. 아직 원인도 모르고, 치료법도 없다.

알츠하이머 연구자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었다. 알츠하이머가 발병된 뇌는 병원을 통해 상대적으로 쉽게 얻을 수 있는데, 정작 비교 연구를 위해 필요한 건강한 뇌를 구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1986년 David Snowden은 Notre Dame의 수녀회에 찾아간다. 수녀들이 임종할 때까지의 인지능력 연구를 할 것이며 사후에 수녀들의 뇌를 기증받고 싶다는 자신의 연구 의견을 전달하고 수녀원으로부터 적극적인 협조을 약속받았다. 이른바 “수녀 연구(The Nun Study)”의 시작이다.

이 수녀 연구의 독특한 점은 치매가 발생하든 하지 않든 많은 수의 뇌가 기증된다는 점이다. 이 연구 덕분에 알츠하이머의 위험성이 나이가 더 든다고 해서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밝혀지고 있다고 한다.

이 연구에는 75세 이상의 여성 678명이 참여했다.

일반적인 과학 실험에는 정밀한 비교를 위해 실험군(test group)과 제어군(control group)이 필요한데, 수녀원의 수녀들은 비슷한 생활 습관을 갖고 살아가기 때문에 일종의 제어군으로서 적당하다.

실험에 참여한 수녀들은 그 이후 수 십년간 인지, 기억, 체력 시험을 꾸준히 받았다. 참여한 수녀들은 처음 시험에 참여할 때 개인적인 수필을 쓰고 공유했어야 했는데, 이후 밝혀진 내용도 흥미롭다.

어린 시절에 대한 내용을 자세하게 써내려갔던 수녀들이 알츠하이머에 덜 걸리더라는 사실이다.

이 수녀 연구는 알츠하이머 연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1992년에는 Rush 대학에서 The Religious Orders Study가 시작되었는데, 이 수녀 연구의 확장판이다. 이 연구에는 현재 40개 수도회의 1,350명이 참여하고 있는데 다양한 인종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 연구의 책임자인 David Bennett 박사는 많은 수의 건강한 뇌와 알츠하이머 뇌를 비교분석해서 알츠하이머를 발생시키는 위험인자를 밝혀내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2016년 2월 Bennett박사는 그의 동료들과 함께 APO E라는 위험 인자를 발견하고 그 기제를 탐구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수녀 연구에 참여했던 수녀들은 이제 대부분 돌아가시고, 2016년 2월 현재 8분이 살아계시고 제일 어린 수녀님의 나이가 100세다.

처음 이 연구가 시작됐던 미네소타 대학 (the University of Minnesota)에서는 연구에 참여한 수녀들의 시험자료와 뇌조직을 사용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뇌 연구에 대한 기사 정리

The Dana Foundation에서 월간으로 발행하는 Brain in the News라는 신문을 받아보고 있다. 뇌 연구 관련된 흥미로운 기사들이 실리는데, 꾸준히 모아두었었는데, 얼마 전 연구실 정리하면서 모두 버렸다. 정작 버리고 나니 아쉬운 생각이 들어서, 앞으로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이 신문에 실린 기사 중에 재미있는 것 하나 정도는 정리해 두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