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다시 읽다.
“다시” 읽었다고 말하는 게 정확한 지는 모르겠다. 책을 읽다보니,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에 대한 어렴풋한 기억 외에는 모든 게 새롭다. 아마도 읽지 않고, 읽었다고 착각했을 수도 있고, 읽기는 했으나, 번역투의 현란하면서도 지루한 설명에 꾸역 꾸역 페이지만 넘겼을 수도 있다.
“에밀 씽클레어의 어릴 적 이야기”라는 부제가 있었다는 것도 새롭고, 데미안이란 이 소설이 영지주의(靈知主義, Gnosticism)의 그림자가 뚜렷하다는 것도, 아브락사스(또는 아브라삭스)를 찾아보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데미안이란 이름 자체도 데미우르고스라는 물질세계를 창조했다고 여겨지는 신의 이름에세 따왔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책의 서언으로 다시 돌아와서 발견한 한 문장이 이 소설의 내용을 아우른다.
모든 인간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 도달하기 위한 여정이고, 그 길을 찾아보려는 시도이며, 오솔길을 찾아가는 암시이다.
Each man’s life represents a road toward
himself, an attempt at such a road, the intimation of a path.인생은 자기 자신을 향해 가는 길이다. 삶이란 그 길 위의 한 가지 시도이며 자기 자신에게 도달하기 위한 여러 경로 중에 한 가지를 찾는 실마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