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주 수업

2020년 겨울학기 첫 주 수업을 방금 마쳤다. Kettering에서 가을 학기까지 마치고 오느라, 중간에 쉬는 기간이 없었다. 그래서 수업 준비를 위해 따로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서 수업준비가 쉽지 가 않았다. 일단 급한 불은 끈 기분이랄까. 오늘 수업을 마쳤으니, 다시 월요일까지 한숨 돌릴 수 있겠다. 내일 모래 걸쳐서, 한 두 시간 정도 더 시간을 내서 다음 시간 수업 준비를 하면되겠다.

환경도 낯설고, 학생들도 낯설고, 강의실 찾기도 아직은 쉽지 않지만, 그래도 감사한다. 수업 일정이 교수들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적화 되어 있다.

Kettering에서는 4학점 짜리 수업을 하면, 월/수/금 수업 세 시간과 화요일 또는 목요일에 두 시간 짜리 실험 수업까지 총 다섯 시간을 나흘에 나눠서 수업을 해야한다.

반면에 미시간대학-디어본 에서는 1시간 15분 짜리 수업을 월/수 이렇게 두 번만 하고, 실험은 대학원생이 따로 가르친다. 4학점 짜리 수업을 위해서 이틀만 시간을 내면 된다.

이런 환경을 위해서 정년보장도 팽개친 것 아닌가. 환경에 감사하고 다시 한번 잘 해보자는 의지를 다진다.

버스 타고 다니기

숙소에서 학교까지 버스가 있는지 알아봤다. 다행히 그리 많이 걷지 않아도 되는 곳에 버스 정류장이 있는 걸 발견하고, 버스 타고 다녀보기로 하다.

한 시간에 한 대 밖에 배차가 안되어 있고, 막차가 오후 9시 27분이다. 8시 전에 학교에 도착하려면 아파트에서 오전 7시 차를 타야한다. 불편하지만 덕분에 출퇴근 시간을 일정하게 맞출 수 있어서 좋다. 8시 전에 출근해서 하루를 느긋하게 시작하고, 퇴근도 너무 늦지 않게 자동으로 조절이 되니 이 또한 좋다.

요금은 한 번에 $2. 하루에 왕복하니 $4로 하루 교통비는 해결된다. 출퇴근 시간에 짧게나마 책도 보고, podcast도 듣을 수 있어서 좋다.

연구-수업-봉사

하루 종일 연구실 앉아서 일을 하다보면, 한 가지 일에 집중해서 몰두 하기가 쉽지가 않다. 교수라는 직업이 여러가지 장점들이 있지만, 단점을 들어보면 이또한 한 두가지가 아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단점은 기본적으로 해야하는 일의 종류가 많다는 점이다. 크게 세 가지의 기본 업무가 있다. 연구, 수업, 그리고 봉사 이렇게 세 가지를 균형잡아야 한다. 연구만 몰두해서 수업을 소홀히 하고, 학교나 과를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을 소홀히 한다거나, 최고의 수업 준비를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소모하고, 연구는 뒷전이 된다거나, 연구나 수업은 팽개치고, 대외업무에만 발 벗고 나선다거나 하면, 정년심사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

이 세가지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 해야 성공적인 교수가 될 수 있는데, 하나에 몰두하다보면 갑자기 다른 것 때문에 마음이 쓰이고, 다른 데로 마음이 옮겨가고 나면, 또 다른 해야할 일이 떠 오르고 하는 식으로 몰입을 방해하는 생각이 흐름이 하루 종일 계속된다.

연구

최신 연구 동향을 따라 잡으려면, 최신 학계 소식과 더불어, 학회나 학회지에서 쏟아져 나오는 논문들도 꾸준히 읽어야 한다. 연구실을 운영하려면, 대학원생들이 있어야 하고, 대학원생을 받으려면 연구자금이 필요하다. 연구자금을 따오려면 제안서를 작성해서 제출해야 한다. 제안서 작성을 하려면, 수행해야할 연구주제도 명확하게 설명을 해야 하지만, 그 연구를 수행하기에 적합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한편으로는 여기 저기 학회에 얼굴도 비춰야하지만, 관련된 연구에 대한 결과물은 논문 형태로 꾸준히 내야, 연구자로서 인정을 받을 수 있으며, 이런 내용들은 연구 제안서의 내용을 충실하게 하는데 필수 요소다.

수업

수업의 중요성은 학교에 따라 다르다. 연구중심 학교에서는 아무래도 수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작고, 학부 중심의 학교들은 수업의 부담도 크고, 수업의 평가에 대한 중요성도 또한 높다. 어떤 학교든지 간에 때로 새로운 과목을 개설하거나, 다른 교수가 가르치던 과목을 맡아서 가르쳐야 하는 경우들이 생기기 때문에 수업 준비도 소홀히할 수는 없는 일이다.

봉사

학교의 각종 위원회에 참여하거나, 학과에서 필요한 일들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학교의 일원으로서 충실하게 지내야한다. 처음 시작하는 조교수들은 가능한 최소한으로 맡는 것이 좋다. 회의에 불려다니는 시간이 녹녹치 않게 많기 때문에, 정년심사 전에는 티나지 않을 정도로 시간 부담이 적은 일들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와 체계를 잡아놓지 않으면, 하루 종일 이런 저런 잡무의 꽁무니만 쫓다가 퇴근하게 되나. 그렇게 하루, 이틀, 한 주, 두 주, 한 달, 두 달이 지나다보면 하루 하루를 바쁘게 보내는 것 같은데, 성과는 없는 현상이 벌어진다.

새 연구실

새 연구실로 이사하면서 쌓아두었던 상자들을 대부분 풀어서 정리했다. 전에 쓰던 것보다는 크기도 작고, 책꽂이도 적어서, 풀어놓은 짐들을 넣을 곳들이 마땅치는 않지만, 올 여름에 새 건물이 완공될 때까지만 임시로 쓰게될 공간이라고 하니, 그럭저럭 버텨보려고 한다.

음식 요리

요리는 내가 즐기는 일이 아니다. 간단히 허기를 채우기 위해서 들여야하는 노력이 비대칭적으로 크다. 식사라는 걸 허기를 채우는 일로 생각해 온 터라, 누가 해 주면 맛있게 먹겠지만, 맛있는 것 먹겠다고 요리를 하는 일은 거의 없던 일이다.

하지만, 아내가 한국에 가고 나서 빈 자리가 크고, 기간도 길어지고 있는 터라, 매번 사 먹거나 즉석식품으로 때우기도 쉽지 않다.

주중에는 학교 때문에 Dearborn에 와 있지만, 주말에는 Grand Blanc에 있는 집에서 지내야한다. 가꿔야할 화초도 있고, 이런 저런 챙겨야할 집안 일들이 있다. 집을 팔고, 학교 근처 도시로 이사를 오기 전까지는 이런 주말 생활을 계속해야 한다.

집에는 아들이 머물고 있는데, 가끔씩이라도 음식다운 음식을 먹여야겠다 결심하고, 주말에 한 두 가지라도 요리를 하기로 했다.

YouTube에서 보고 따라해 본 음식들이다.

고추장 찌게
김치찌게
어묵볶음
시금치 무침
소세지 야채 볶음
떡볶이
카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