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디어본 쪽에서부터 서쪽으로 길게 이어지는 산책로를 따라 공원이 있다고 해서, 가봤는데 생각보다 별로다. 산책로가 대부분 찻길 옆으로 나 있어서 조용히 걷기도 어렵고, 산책로에는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들이 치우지 않은 개똥이 말라붙어 있어, 그 마른 똥들을 밟지 않고 세 걸음 이상을 이어가기도 어려웠다.

디어본 캠퍼스 안에서 시작되는 산책로를 이용했던 나에게는 공원 산책로가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주말에 시간을 내서 아내와 학교 안의 산책로를 다녀왔다. Henry Ford와 그의 아내 Clara가 말년에 살던 저택이 그대로 남아 있고, 학교를 관통하는 산책로이다보니 일반 사람들의 왕래가 많지 않아서 좋다. 다니는 사람도 많지 않고 관리도 잘 되고 있어서 산책로로서는 더할 나위가 없이 좋다.

학교 연구실

개인 연구실 출입은 여전히 통제되고 있어서, 공용 공간에 자리를 마련해서 임시로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공용공간을 쓰는 것이 더 위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학교 입장에서는 관리하기가 더 편리한 면도 있을 것 같다. 대부분의 교수들이 출근하지 않아, 대부분의 시간은 거의 혼자 쓰고 있으니, 이것도 나쁘지는 않다.

노을

학교는 아직 정상적으로 열리지 않는 상태. 부득이한 경우에 한해, 사전 등록을 하고, 학교의 지정된 장소에만 방문이 가능하다.

그래도 출퇴근을 하는 형식으로 하루를 보내느 것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건강을 유지하기가 좋을 것 같아, 아무도 나오지 않는 학교에 가고 있다.

퇴근하면서 바라본 노을이 해지는 하늘을 불태우는 같다.

2021년 새해

2021년이라는 수자가 아직도 낯선데, 새해라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2021이라면 어릴 적 상상하던 미래. 우주 여행이 일상이 되고, 지능 로봇이 인간의 궂은 일을 대신해 주는 그런 세상. 어떤 분야는 상상 이상으로 더 발전을 했고, 어떤 분야는 상상보다 진전 속도가 더디다.

2020년 2021년이라는 미래 세계에 살게 되었는데, 과거의 유산 같은 전염병으로 온 인류가 고통받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1월도 어느 사이 19일이 지나가고 있고, 새 학기가 시작했지만, 집에서 지내는 일이 일상이 되어서인지, 학기 구분과 시간 구분이 쉽지가 않아서일까, 새 학기 시작이라는 어떤 활기도 내 안에서 일어나고 있지 않다.

—–

우연히 뒤적인 독서공책에서 지난 여름에 적어놓은 것을 발견. 아마도 어떤 자기 계발서 종류를 읽고 있었던 것 같다.

자신의 장단점과 관심 고민을 적어놓았는데, 신년이 되어서 곱씹어 보면 좋을 듯 해서 옮겨놓는다.

  • 자발적으로 열심히 한 것: 전직 준비, 취업 준비, 이사
  • 해 보길 잘 했다: 취업 준비, 이사
  • 해야 했는데 하지 않은 것: 글쎄…
  • 관심, 고민: 새 학교에 잘 정착하고, 연구자로서 자리 잡는 문제
  • 조건과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해보고 싶은 것: 기술 기반 자기 사업?

잘 산다는 것.

  • 고유의 성격으로 세상과 조화롭게 사는 것.
  • 다른 사람, 다른 성격이 되려고 애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