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지난 몇 주 간 행복한 글읽기에 빠져 지내게 해주었던 <그리스인 조르바>.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소개된 것을 보고, 집에 이미 있던 책을 집어 들었다. 아내가 한국에 있을 때 지인의 집에 있던 것을 빌려 왔다고 한다. 집에 이미 있지 않았다면 굳이 읽게 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내게는 마침 책이 집에 있었다는 것이 행운이다. 여러가지 면에서 내게는 흡입력이 있었다.

일단, 배경이 되는 크레타. 몇 해 전 짧지만 잠시 크레타 섬에 다녀오고, 그곳의 풍광과 음식애 매료된 터라, 책에서 묘사하는 풍광이 눈에 선명하게 그려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여행이란 것이, 직접 어딘가에 가서 그곳의 공기를 마시고, 그곳의 바다에 손을 담가보고 한다는 것이, 내 삶의 구석 구석에 활기를 넣어주고, 문자로 접하는 내용이 화면으로 그려지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오늘, 조르바의 죽음에 대한 소식을 접하게 되는 부분을 마지막으로 책 읽기를 마쳤다. 마치 잘 알던 사람의 부의를 들은 것 같은 기분이다.

연구란 무엇인가

오늘 연구실 짐 정리를 하다가 2016년 7월에 공책에 적어둔 내용인데, 곱씹어 볼만한 내용이 있어 여기에 정리한다.

There are many words that, to reviewers, mean “not research.” These include “develop,” “design,” “optimize,”, “control,” “manage,” and so on.

하자만, 실제 연구 제안서 심사를 해보면 대부분의 제안서의 제목에 위에 원급한 단어들이 들어있고, 사실 크게 문제가 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공학 연구의 목표를 기술하는 방법에는 다음 네가지 밖에 없다.

1. to test the hypothesis X (가설 검증)
2. to measure parameter P with accuracy A (측정)
3. to prove the conjecture C (추측증명)
4. to apply method M from disciplinary area D to solve problem P in disciplinary area E (학제간 융합 연구)

NSF 제안서는, 지금은 알지 못하는 어떤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는가? 그 지식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명확한 대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연구란 인류 지식의 한계선을 밖으로 확장시키는 것.

3단계로 자신의 연구에 대해 말해보기

  1. 당신은 무엇에 대해 공부하고 있나요?
  2. 그 주제를 공부하고 있나요?
  3. 그걸 알면 무엇이 어찌된다는 말인가요?

파인만의 문제 해결법

  1. Write down the problem (문제를 파악해야 한다는 의미)
  2. Think real hard
  3. Write down the solution

참, 쉽죠?

새 연구실

새로지어진 ELB에 마련된 새 연구실에서 짐을 풀러가는 날이다. 아직까지 출입이 자유롭지 않아, 지정된 시간에 지정된 사람만 가능하다. 오늘 짐을 풀고, 정리를 어느 정도 해 두었는데, 잡동사니가 많은 내 살림에는 수납공간이 없어 불편하다. 연구실 꾸미는 일은 나중에 고민하기로 한다. 오늘 다녀오고, 또 언제 갈 수 있을지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학교를 옮기면서 짐을 싸고 풀고, 집을 학교 근처로 옮기면서 짐을 싸고 풀고, 연구실 옮기면서 짐을 싸고 풀고, 지난 일 이년을 짐을 싸서, 상자에 넣었다가, 다시 꺼내서 정리하는 일로 시간을 보낸 것 같아. 오늘 짐을 정리하며서 보니, 그동안 열심히 살았던 내 자신의 기록이 여기 저기 묻어있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수고했다고 얘기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