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차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새 차를 샀다. 현대 Kona 2022년 모델. NLine이라는 trim이다.

2004년 처음 유학을 위해 Texas의 College Station에 도착해서 처음 산 차는 Chrysler mini van이다. 당시만 해도 유학생들은 중고차를 dealership에 가서 사지 않고, 조금이나마 더 싼 가격의 차를 찾기 위해 body shop(우리나라로 치면 자동차 수리/정비소)에 가서 사고 나 차를 수리해 놓은 걸 샀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다니던 애들을 데리고 유학을 갔던 나는 Sedan 형태보다는 조금 돈을 더 주고 mini van을 body shop에 가서, 엔진룸 쪽으로는 수리 흔적이 없는 놈으로 골랐다. 이 차를 2007년 큰 사고가 나서 폐차 시킬 때까지 잘 탔다. 음주 운전자가 트럭 F-150으로 기억하는데, 중앙선을 넘어 우리 차를 정면으로 들이박았다. Sedan을 몰았다면, 그 시간, 그 자리에 있지 않았을 수 있을테니 사고가 나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만, 같은 환경/조건에서 일반적인 sedan을 몰고 가다가 그 트럭에 받혔다면 최소한 앞좌석에 탔던 나와 아내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고, 애들이 목숨을 건졌다고 한다면 큰 부상으로 장애나 후유증을 안고 살아야 했을게다.

내 두 번째 차는 2005년에 산 진 녹색 미쯔비시 sedan이다. Air conditioner가 작동하지 않고, 운전석이 약간 뒤틀린 차로, 기억이 정확하진 않지만 500달러 정도를 지불했던 것 같다. 텍사스 날씨를 생각하면 air conditioner가 없는 차는 거의 운행 불가능한 수준이다. 하지만 아내가 Austin의 University of Texas에 다니기로 하고, 가족이 Austin으로 이사하고 난 후에 College Station에 홀로 남아서 주말에 Austin에 다녀오는 주말부부 생활을 하던 내게는 큰 상관이 없었다. 두 도시 간의 거리는 차로 약 2시간 남짓이고 금/토요일에 Austin 방향과 일요일 오후 College Station 방향은 차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방향이라, 창문을 열고 달리면 텍사스의 살인적인 햇살도 견딜만했다. 대신 오후에 서향, 오전에 동향이라 햇살이 차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니, 내 미간의 깊은 주름은 이 때 생긴 것 같다. 이렇게 고속도로만 몇 년을 달리다보니까, 높은 마일리지에도 불구하고, 차 자체는 정말 잘 달려줬다. 이 차는 2007년 사고 후, 급속히 쇠약해진 내 몸이 약간 틀어진 운전석의 불편함 조차 견뎌내기 힘들어할 때가 되어, 다른 차로 바꿔타게 되었다.

사고로 폐차를 시켜야 했던 Chrysler 대신에 Austin에 남은 가족들이 타야할 새로운 차를 사야 했는데, 비슷한 사양의 Dodge Caravan을 지인에게 중고로 구매해서, 그 후에 Michigan까지 함께 왔다.

2007년 사고로 오른 발목이 부러지고 채 아물기 전에 다시 College Station과 Austin을 오가며 박사과정 공부를 이어나가야 했는데, 아무래도 미쯔비시를 계속 타고 다닐 기력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다른 유학생이 타던 하얀색 스즈키를 중고로 샀다. 눈길에 미끄러져서 앞 범퍼가 깨져 있었는데, body shop에 가서 다른 중고 부품으로 수리를 받았다. 이 차는 그 뒤로 Michigan까지 함께 왔고, 차에서 달구지 같이 삐거덕 삐거덕 소리가 날 때까지 탔다. 소리보다는 겨울이 되면 brake를 밟을 때 공기 저항 같은 게 느껴지면서 brake가 잘 듣지 않아서 그만 타기로 결심을 했다.

그리고 산 차가 2013년 형 Honda Civic 중고. 그래서 한동안 Dodge Caravan과 Honda Civic 두 대의 차를 이용. 그러다가 2016년 경에 Dodge Caravan을 타고 가다가 교차로에서 사고가 나서, 폐차. Honda CR-V를 lease를 해서 3년을 탔다. Lease가 끝나고 CR-V를 반납하고 나서는 한 동안 Honda Civic 한 대로 버티다가, 드디어 2021년 작은 아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곧 독립해서 나가야 할 것 같아서, Honda Civic을 작은 아들에게 넘기고, 처음으로 새 차를 사게 된 것.

생각보다 트렁크가 작아서 골프백이 뒷 자석을 눕히지 않으면 들어가지 않는 것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만족스럽다. 처음으로 산 새 차이다보니, 최신 기능들이 탑재되어 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성능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