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 여론의 허상

여론조사 상으로 나타난 정권교체의 열망이 높다. 적어도 여론조사 상으로는 그렇다.

부분적으로는 여론조사 방식에 문제가 있다. 정치 고관여 층이고 웬만해선 지지를 바꾸지 않을 사람들을 양 진영으로 30% 정도로 잡고, 무관심 층을 10% 정도로 잡자. 그렇다면 이른바 중도층이 30% 정도가 된다.

정치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았다고 하자. (방송3사 여론조사의 실제 문항이다)


“이번 대통령선거에 대한 다음의 의견 중 어디에 더 공감이 가십니까?”

(1) 정권 연장을 위해 여당 후보에 힘을 실어 줄 필요가 있다.

(2) 정권 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에 힘을 실어 줄 필요가 있다.

(9) 모르겠다.


먼저, “연장”이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 인상과 “교체”라는 단어가 주는 긍정적 인상을 고려해야 한다. 정치 저관여층인 중도층에게는 (2)번이 더 매력적인 답변으로 들릴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전화면접 방식의 경우에는 더더욱 이런 경향이 강화된다. (1)번 답은 현상유지인데, 뭔가 자신이 세상돌아가는 일에 무지하다는 느낌을 전화기 너머의 누군가에게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쉽다. 때문에 이른바 무당층에게는 저런 질문 방식에서 (2)번 답변에 답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정권교체 여론과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호불호 여론과의 괴리를 잘 설명해준다.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질문의 보기는 “매우” 또는 “대체로” 잘하고 있다. “별로” 또는 “전혀” 못하고 있다로 50대 50으로 나눠져 있어서, 정치 저관여층이 “대체로”나 “별로”를 선택할 때 별다는 심리적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때문에 정권교체 여론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국정운영 지지도 가 나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권교체 여론조사의 또 다른 문제점은 어떤 정권교체이냐는 것에 대한 질문이 없다는 것이다.

“정권 교체를 위해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시겠습니까”라고 물어야 실제 투표와 가까운 답변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처럼 단순히 정권 연장과 정권 교체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질문으로는 실제로 정권 교체를 원하더라도 다른 후보를 지지하거나, 정권교체를 원하지만 윤석열 후보는 도저히 지지 못하겠다는 여론은 절대로 잡아 낼 수가 없다.

지금과 같은 방식의 여론조사로는 완벽에 가까운 대통령이 성공적으로 임기를 마치더라도 임기말에 정권교체 여론을 물어보면 최소 50%가 나올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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