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

대통령 선거에서 일 대 일로 맞장을 뜨면 언제나처럼 굉장히 어려운 싸움이다.

돌이켜보면 직선제 개헌 쟁취 후, 삼당합당을 통해 탄생한 민자당 계열의 세력과 맞붙은 모든 대통령 선거에서 일 대 일로 붙어서 이긴 적은 없었다.

  1. 김대중 대통령은 김종필과 연대 + 이인제의 독자출마가 있었다.
  2. 노무현 대통령은 막판에 단일화를 파기하긴 했지만 정몽준 세력과 단일화가 있었고,
  3. 문재인 대통령은 탄핵이란 사상 초유의 일이 있어서 홍준표를 크게 이겼지만, 홍준표 + 안철수의 득표율이 더 높았다.

이번 대선은 윤석열이라 진 것이 아니라, 정권교체라는 구호를 덮을만큼 큰 다른 의제 설정에 실패했고, 맞장을 떠도 어쩌면 이길 수 있다는 착각을 해서라고 생각한다. 부분적으로는 윤석열이란 허술한 후보가 나와서, 민주당에서 어쩌면 맞장 떠도 이길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게 가장 큰 실책이다. 윤석열을 빼고 다른 모든 세력과 광범위한 연대를 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결실을 맺지 못했고. 맛이 가버린 정의당의 위치도 민주당으로서는 뼈 아프다. 정의당이 더 이상 연대해야 할 세력으로 보이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지금과 같은 구도라면 다음에도 일 대 일 맞장이 불가피한데, 새로운 정부가 어떤 종류의 실정을 하더라도 다음 대선에서는 또 다시 힘겨운 싸움이 될 수 밖에 없다.

윤석열이 아니라 홍준표가 올라왔다면 더 어려운 싸움이 되었을 거다. 후보가 윤석열이라 그나마 이렇게 깻잎 한 장 차이로 석패를 한 거다.

맞장떠서 이기기에는 아직도 기득권 카르텔이 견고하다. 이른바 강남 3구의 윤석열 지지율을 보라. 대구/경북 못지 않다.

이만큼 해낸 이재명 후보 수고 많았습니다! 언젠가 다시 크게 쓰일 그 순간까지 버티기!!!

20대 대선 결과

새벽 잠이 깨어, 투표율과 개표결과를 초단위로 지켜봤지만, 기대와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황망하고 속상하다.

한동안 잔잔한 강물을 만나 경치 구경도 하고, 산들 바람도 맞으며 지냈는데,
눈 앞에 우르릉 쾅쾅 굽이치는 성난 물길이 보이는 것 같다.

굽이치는 구간을 배를 꼭 잡고 뒤집어 지지 않도록 버티면 또 다시 너른 강물을 만나게 될게다.
강은 아무리 굽이쳐도 어차피 바다로 간다.

  • 노태우가 전두환에 이어 선거를 통해 집권을 했지만, 결국 군부를 우리 정치에서 영원히 물러나게 하는 초석이 되었다.
  • 박근혜가 당선이 되었지만, 그를 통해 한국 사회에 뿌리깊었던 박정희 시대의 막을 내렸다.
  • 이제 검찰권력이 임면권자의 자리를 차지했다. 길게 보면, 우리 사회에서 검찰권력의 폐해를 만천하에 드러내게 되어서 마지막 남은 무소불위의 검찰권에 대한 개혁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 감히 예상한다.

다만, 너른 강물 만날 때까지 많이 상하지 않게 되기만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