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지율이 30% 초반까지 떨어졌다고 호들갑이다. 호들갑을 떠는 게 나는 더 놀랍다.
박근혜 정부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기대는 있었다. 이전 이명박 정부같이 이른바 국가를 수익모델로 삼아, 사사로운 이득을 챙기기 위해 국가권력과 시스템을 이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다.
박근혜에게는 그 믿음이 옳든 그르든 간에 최소한 오늘의 한국이 자기 아버지가 일으킨 나라라는 믿음이 있었고, 그 나라를 제대로 운영하고자 하는 욕심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자기 능력에 넘치는 자리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것으로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최서원이라는 사인에게 넘겨서 국가를 운영하다가 탄핵에 이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에게는 애초에 이런 기대조차 없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정권 교체의 구호만 높았지, 교체한 정권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나는 들어본 적이 없다. 평생을 검사로 살아온 사람에게 단 몇 달 만에 세상을 다른 식으로 바라볼 것이라 기대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평생을 돈벌이에 몰두해 살아온 이명박 정권에게 공적인 마음을 기대하는 것이 어리석었던 것처럼 말이다. 국정은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옳고, 다른 한 쪽은 일방적으로 그른 식이 아니다.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해 수도권 대학에 정원을 늘려주면, 지방대의 몰락이 가속화하는 것도 가까운 일례다. 방폐장을 건설은 시급한 일이고, 전 국민에게는 혜택이 돌아가겠지만 방폐장이 건설될 지역에서는 엄청난 반발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국가 운영에는 고도의 정치적 능력이 요구되지만, 그에 대한 자질 부족도 대선 과정에서 여러 가지 방식으로 노출이 되었지만, 결국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그러니, 윤석열 본인도 억울하다. 자신이 뭘 어떻게 하겠다고 해서 뽑힌 것도 아니다. 당신들이 날 밀어올려서 이렇게 대통령을 만들어 놓고, 이제 두 달도 안된 상황에 자신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니 말이다. 대통령이 되고 나서, 그 동안 수고한 사람들에게 장관자리도 좀 나눠주고, 친구들에게 선심도 쓰고, 일가친척들에게 이런 저런 자리를 좀 마련해 준 것 갖고 이렇게들 난리를 치니, 아마도 윤석열 본인도 자신을 뽑아준 국민들이 이해가 안 갈 것이다.
앞으로도 기대가 없다. 사법시험을 여덟번 떨어지고, 아홉 번 째 합격하면서 이런 마음의 틀이 생겼을 것이다. 아, 뭐든지 끝까지 버티면 나는 되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런 틀이 지난 정부들을 거치면서 더욱 강화되었다는 것이 문제다. 박근혜 정부 때, 한직을 전전하면서도 그만두지 않고 끝까지 버텼더니, 문재인 정부에 들어 결국 중앙지검장을 거쳐, 검찰총장이 되었다. 사퇴압력을 받았던 검찰총창 자리도 끝까지 버티고 들이받았더니, 어찌 되었나. 결국 대통령이 되었다.
지금도 이런 마음 가짐일게다. 끝까지 버틴다. 그러면 결국 된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될 것이 없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앞으로 남은 4년 10개월이 더욱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