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라, 이 책에 손이 가기까지는 한참이 걸렸다. 그래도 좋은 소설은 소설만이 주는 몰입이 있다. 그리고 내가 직접 겪어보지 못하는 다른 사람의 세계에 들어가 그 사람이 되어 볼 기회를 가져볼 수 있다. 소설없이는 경험하기 어려운 기회다.

“오베라는 남자”는 근래에 읽었던 소설 중에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어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그 사람을 소중히 아낀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해준다. 읽고나서, 내게 없었던 무엇인가가 내 안에 생겨나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좋은 책이다. 이 책이 바로 그렇다.

나란 사람은, 기본적인 생존에 대한 불안,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으며 살아온 것은 아닌지 내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생물학적 생존만을 위해 산다면, 동물과 다름없다. 인간답게 살려면 존재의 존엄을 지키는 일에 조금은 더 애써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조금씩이라도 그렇게 살도록 애써보자.

여론 조사 결과 해석하기

3월 3주차 주중에 나온 리얼미터의 정당 지지도에 대한 결과다. 이 결과를 가지고 다음과 같은 기사가 나왔다.

통합당, 민주당과 격차 5.8% 좁혀..민주당, 5주 연속 40%대 유지. 민주당, 광주·전라 및 20대에서 지지율 하락. 통합당, 서울·광주·전라 등에서 지지율 상승..20·30도 약진.

https://news.v.daum.net/v/20200319093110906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이 신문 기사는 결과 해석에 대해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

일단, 격차가 좁혀졌다는 문제.

해당 여론 조사는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가 +-2.5%라고 한다. 내가 이해하기로는, 신뢰수준이라고 하면 이와 같은 조사를 다시 한다면 그 만큼의 확신으로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는 뜻이고, 표본오차는 결과값이 그 숫자만큼 더 나올 수도 덜 나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3월 3주차에 35.1%가 나온 결과는 -2.5를 한 32.6%일수도 있고, +2.5%를 한 37.6%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 전 주인 3월 2주차에 나온 결과 32.1%에 +-2.5%를 해 보면 그 범위가 29.6%에서 34.6%가 되기 때문에, 3월 2주차 결과를 최대치인 34.6%로 가정하고 3월 3주차의 최저치인 32.6%를 고려하면 지지율은 오히려 떨어진 결과로 해석할 수가 있다. 따라서 이 조사결과를 가지고 격차가 좁혀졌다고 해석하면 안된다. 이 지지율 격차는 실제로는 더 벌어진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권역별 등락을 표현할 때도 크게 하락했다 또는 약진했다는 식으로 표현하면 안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해당 조사는 표본수가 전국 성인 1,501명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권역별로 인구비율대로 나눈다면 광주와 전라도 인구가 2020년 2월 현재 약 510만이고, 우리나라 인구가 약 5,200만이므로 약 1/10이다. 표본수가 권역별 인구로 보정되었다는 가정하에 광주, 전라 지역의 표본 수는 150명 정도가 되겠다. 표본수가 작은 곳에서 민주당, 통합당 지지도를 물으니 표본오차는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2.5의 표본오차는 전체 표본에 대한 것이지 특정 권역에 대한 것이 아니다.

해당 기사에는 없지만, 때에 따라서는 다시 권역별 연령별로 결과를 해석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앞서 말한 것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믿어서는 안된다.

예를 들어, 광주, 전라 지역의 20대 인구는 64만 6천명 (2019년 12월 5일 기준)이므로 약 13%가 된다. 표본 수 150명에 적용해 보면 20대의 총 표본 수는 크게 잡아도 20명이다.

http://kosis.kr/statHtml/statHtml.do?orgId=350&tblId=DT_35003_A304&conn_path=I2

이처럼, 특정 지역의 특정 연령대에 대한 조사값은 표본수 자체가 워낙 더 작아지기 때문에 해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위의 그래프는 지난 한 달 간의 주중 정당 지지율 추이를 +-2.5%를 함께 표시한 것이다. 그냥 변화가 거의 없다고 말하는 편이 옳다.

작은 변화에 의미를 부여해서 자신의 정치적 이익에 부합하는 주장을 하려고 하는 기사가 많다. 생각이 달라서 다른 주장을 할 수는 있지만 사기는 치지말자.

이번 학기 대면수업 중단

다음 주부터 일체의 대면 수업이 중단되고, 기말고사 포함 모든 수업은 온라인으로 대체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입을 완벽히 차단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지금에 와서 이렇게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었다면, 이미 몇 주 전에 시행했어야 했던 게 아닐까 한다.

검사 키트도 제대로 준비가 안되어서 코로나19 검사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곳 저곳에서 한 두명씩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가 나왔다는 얘기는 지역사회 감염이 어느 정도 시작되었다는 얘기인데, 이제서야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것이 좀 유난스럽기도 하고, 감염을 차단하기에는 한 발 늦은 것이 아닌가.

이제라도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적극적인 대처에 들어갔으니 대규모 감염사태는 막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모르겠지만, 한 두 달 내에 진정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사태가 장기화 될 것 같은데, 그래도 6월에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한국에도 다녀와야 하고, 연구실의 기반을 잘 세워야할텐데, 여러가지로 걱정이다.

투표

미국에서 하는 첫 번째 투표. 미시간 민주당 경선 투표가 있었다. 처음으로 한 표를 행사하게 되니, 여러 가지 마음이 교차한다. 올 해 있을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에는 관심이 많지만 더 이상 투표를 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미국 선거에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이 나라가 제대로 굴러가게 만들어서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게 노력하자.

Toronto 여행

미시간 대학 디어본 캠퍼스로 옮기고 처음으로 맞게되는 봄방학. 쿼터제를 시행하는 케터링 대학에 있을 때는 봄방학이 따로 없어서, 봄방학 계획 같은 걸 세워본 적이 없다. 이번에는 작은 아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와 같은 시스템이라 봄방학 일정도 나와 같고, 때마침 큰 아들도 금요일 하루가 no class day라서 이렇게 세식구가 함께 여행을 계획할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하게된 여행이라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았지만,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개인위생을 더욱 철저히 하면서 여행을 했다.

집에서 토론토까지는 네 시간이 걸리지 않는 거리다. 중간에 국경이 있어서 경우에 따라서는 국경통과에 시간이 걸리지만, 대체로 미국에서 캐나다로 들어가는 국경통과는 간단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고,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들어올 때는 좀 더 까탈스럽고 시간도 더 걸리는 편이다.

아무튼 목요일 오후에 출발해서 토요일 오후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토론토의 다운타운과 한인타운을 둘러볼 생각이다.

출발. 운전은 큰 아들이 하기로.

첫 날은 호텔에서 짐을 풀고, 운전으로 피곤한 큰 아들은 호텔에 두고, 둘째와 호텔 근처에 있는 Irish Pub에 갔다. 11시에 문을 닫는다는 표식과는 상관없이 11시 20분이 넘어서도 새로운 주문을 계속 받는다. 미국에선 볼 수 없던 모습.

아들과 맥주 한잔.

다음 날은 캐나다에서 가장 크다는 온타리오 왕립 박물관을 방문했다. 조금 오래된 건물 앞에 크리스탈이 건물에서 자라는 모양의 장식이 눈에 띄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져 있는 모양이다. 캐나다 최대라고 해서 살짝 기대했는데, 생각보다는 규모가 크지 않고, 전시물도 그렇게 인상적인 것은 없다.

온타리오 왕립 박물관

오후에는 한인타운에 가서 식사. 삽겹살에 소맥. 짜장면과 순대.

코리아 하우스. 음식이 크게 자극적이지 않아서 좋다.

저녁에는 다운타운에 가서 옷 가계 순례.

저녁 때는 다시 한인타운에서 한국식 양념통닭. 림스치킨이란 집인데 맛은 별로~.

다음 날은 MLS (Major League Soccer) 팀의 일원인 토론토 팀의 홈구장인 BOM 구장 구경.

집으로 돌아오기 전에 마지막으로는 수족관 방문. 어린아이들에게 큰 인기가 있는 듯. 코로나19 확진자가 22명이 나왔다는 날인데도 수족관에는 아이들과 그 부모들로 인산인해.

그리고, 너무 늦지 않게 집으로 출발. 해가 막 지기 시작할 무렵.

팀호튼에서 간단히 저녁식사.
이제 곧 미국국경

집으로 돌아오니 저녁 10시. 짧지만 알차고, 무엇보다 두 아들과 함께라서 더욱 의미있고 알찬 여행이 되었다.

첫 주 수업

2020년 겨울학기 첫 주 수업을 방금 마쳤다. Kettering에서 가을 학기까지 마치고 오느라, 중간에 쉬는 기간이 없었다. 그래서 수업 준비를 위해 따로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서 수업준비가 쉽지 가 않았다. 일단 급한 불은 끈 기분이랄까. 오늘 수업을 마쳤으니, 다시 월요일까지 한숨 돌릴 수 있겠다. 내일 모래 걸쳐서, 한 두 시간 정도 더 시간을 내서 다음 시간 수업 준비를 하면되겠다.

환경도 낯설고, 학생들도 낯설고, 강의실 찾기도 아직은 쉽지 않지만, 그래도 감사한다. 수업 일정이 교수들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적화 되어 있다.

Kettering에서는 4학점 짜리 수업을 하면, 월/수/금 수업 세 시간과 화요일 또는 목요일에 두 시간 짜리 실험 수업까지 총 다섯 시간을 나흘에 나눠서 수업을 해야한다.

반면에 미시간대학-디어본 에서는 1시간 15분 짜리 수업을 월/수 이렇게 두 번만 하고, 실험은 대학원생이 따로 가르친다. 4학점 짜리 수업을 위해서 이틀만 시간을 내면 된다.

이런 환경을 위해서 정년보장도 팽개친 것 아닌가. 환경에 감사하고 다시 한번 잘 해보자는 의지를 다진다.

버스 타고 다니기

숙소에서 학교까지 버스가 있는지 알아봤다. 다행히 그리 많이 걷지 않아도 되는 곳에 버스 정류장이 있는 걸 발견하고, 버스 타고 다녀보기로 하다.

한 시간에 한 대 밖에 배차가 안되어 있고, 막차가 오후 9시 27분이다. 8시 전에 학교에 도착하려면 아파트에서 오전 7시 차를 타야한다. 불편하지만 덕분에 출퇴근 시간을 일정하게 맞출 수 있어서 좋다. 8시 전에 출근해서 하루를 느긋하게 시작하고, 퇴근도 너무 늦지 않게 자동으로 조절이 되니 이 또한 좋다.

요금은 한 번에 $2. 하루에 왕복하니 $4로 하루 교통비는 해결된다. 출퇴근 시간에 짧게나마 책도 보고, podcast도 듣을 수 있어서 좋다.

연구-수업-봉사

하루 종일 연구실 앉아서 일을 하다보면, 한 가지 일에 집중해서 몰두 하기가 쉽지가 않다. 교수라는 직업이 여러가지 장점들이 있지만, 단점을 들어보면 이또한 한 두가지가 아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단점은 기본적으로 해야하는 일의 종류가 많다는 점이다. 크게 세 가지의 기본 업무가 있다. 연구, 수업, 그리고 봉사 이렇게 세 가지를 균형잡아야 한다. 연구만 몰두해서 수업을 소홀히 하고, 학교나 과를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을 소홀히 한다거나, 최고의 수업 준비를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소모하고, 연구는 뒷전이 된다거나, 연구나 수업은 팽개치고, 대외업무에만 발 벗고 나선다거나 하면, 정년심사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

이 세가지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 해야 성공적인 교수가 될 수 있는데, 하나에 몰두하다보면 갑자기 다른 것 때문에 마음이 쓰이고, 다른 데로 마음이 옮겨가고 나면, 또 다른 해야할 일이 떠 오르고 하는 식으로 몰입을 방해하는 생각이 흐름이 하루 종일 계속된다.

연구

최신 연구 동향을 따라 잡으려면, 최신 학계 소식과 더불어, 학회나 학회지에서 쏟아져 나오는 논문들도 꾸준히 읽어야 한다. 연구실을 운영하려면, 대학원생들이 있어야 하고, 대학원생을 받으려면 연구자금이 필요하다. 연구자금을 따오려면 제안서를 작성해서 제출해야 한다. 제안서 작성을 하려면, 수행해야할 연구주제도 명확하게 설명을 해야 하지만, 그 연구를 수행하기에 적합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한편으로는 여기 저기 학회에 얼굴도 비춰야하지만, 관련된 연구에 대한 결과물은 논문 형태로 꾸준히 내야, 연구자로서 인정을 받을 수 있으며, 이런 내용들은 연구 제안서의 내용을 충실하게 하는데 필수 요소다.

수업

수업의 중요성은 학교에 따라 다르다. 연구중심 학교에서는 아무래도 수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작고, 학부 중심의 학교들은 수업의 부담도 크고, 수업의 평가에 대한 중요성도 또한 높다. 어떤 학교든지 간에 때로 새로운 과목을 개설하거나, 다른 교수가 가르치던 과목을 맡아서 가르쳐야 하는 경우들이 생기기 때문에 수업 준비도 소홀히할 수는 없는 일이다.

봉사

학교의 각종 위원회에 참여하거나, 학과에서 필요한 일들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학교의 일원으로서 충실하게 지내야한다. 처음 시작하는 조교수들은 가능한 최소한으로 맡는 것이 좋다. 회의에 불려다니는 시간이 녹녹치 않게 많기 때문에, 정년심사 전에는 티나지 않을 정도로 시간 부담이 적은 일들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와 체계를 잡아놓지 않으면, 하루 종일 이런 저런 잡무의 꽁무니만 쫓다가 퇴근하게 되나. 그렇게 하루, 이틀, 한 주, 두 주, 한 달, 두 달이 지나다보면 하루 하루를 바쁘게 보내는 것 같은데, 성과는 없는 현상이 벌어진다.

새 연구실

새 연구실로 이사하면서 쌓아두었던 상자들을 대부분 풀어서 정리했다. 전에 쓰던 것보다는 크기도 작고, 책꽂이도 적어서, 풀어놓은 짐들을 넣을 곳들이 마땅치는 않지만, 올 여름에 새 건물이 완공될 때까지만 임시로 쓰게될 공간이라고 하니, 그럭저럭 버텨보려고 한다.

음식 요리

요리는 내가 즐기는 일이 아니다. 간단히 허기를 채우기 위해서 들여야하는 노력이 비대칭적으로 크다. 식사라는 걸 허기를 채우는 일로 생각해 온 터라, 누가 해 주면 맛있게 먹겠지만, 맛있는 것 먹겠다고 요리를 하는 일은 거의 없던 일이다.

하지만, 아내가 한국에 가고 나서 빈 자리가 크고, 기간도 길어지고 있는 터라, 매번 사 먹거나 즉석식품으로 때우기도 쉽지 않다.

주중에는 학교 때문에 Dearborn에 와 있지만, 주말에는 Grand Blanc에 있는 집에서 지내야한다. 가꿔야할 화초도 있고, 이런 저런 챙겨야할 집안 일들이 있다. 집을 팔고, 학교 근처 도시로 이사를 오기 전까지는 이런 주말 생활을 계속해야 한다.

집에는 아들이 머물고 있는데, 가끔씩이라도 음식다운 음식을 먹여야겠다 결심하고, 주말에 한 두 가지라도 요리를 하기로 했다.

YouTube에서 보고 따라해 본 음식들이다.

고추장 찌게
김치찌게
어묵볶음
시금치 무침
소세지 야채 볶음
떡볶이
카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