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수집증거의 증거능력은 배제되어야 한다는 이른바 독수독과(毒樹毒果) 이론이란 것이 있다. 미국 연방 대법원 판례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한국의 형사소송법에도 2007년 신설되었다고 한다.
이른바 동양대 PC의 증거 능력을 인정할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법리적 해석이 핵심관건 중 하나였는데, 결론적으로 대법원에서는 이 PC의 증거능력을 폭넓게 인정했다.
요약하자면, 피의자인 정경심 교수가 예전에 사용했던 PC가 있다. 수사 당시에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동양대 강사 휴게실에 놓여있었다. 압수수색 당시, 검찰 쪽 주장에 따르면, 수사관이 조국 폴더를 발견한 직후, PC가 비정상 종료되어서 더 이상 작업이 불가능 상태라, 추가 조사를 위해 증거물의 압수수색을 단행해야 했는데, 실질적 관리자인 동양대 강사의 동의하에 가져갔으니 문제가 없다는 논리다.
독수독과는 위법수집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수사기관이 증거조작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여기 아주 흉악한 범죄 피의자 한 명이 있다. 정황증거는 차고 넘치는데, 결정적 한 방이 없다. 이 놈이 범인이 확실히 맞는데, 자칫 처벌받지 않고, 그냥 풀려날 것 같다. 증거조작의 유혹에 흔들릴 수 밖에 없다. 나쁜 일도 아니고, 흉악범을 잡아 넣는 일이니 정의로운 일일 것도 같다. 열 명의 범죄자를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된다는 얘기가 있지만, 이 놈은 확실히 나쁜 놈 같다.
다시 정경심 교수 경우로 돌아와 보자. 정교수가 흉악범은 아니지만, 다른 이유로 꼭 감옥에 보내야만 하는 어떤 한 외로운 검사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입시업무를 방해한 표창장 위조의 핵심증거가 발견된 PC는 정경심 교수의 관리 감독 하에 있지 않고, 강사 휴게실에 놓여있었다. 그 PC에서 발견된 핵심 증거들은 피의자인 정경심 교수에게 매우 불리한 내용들이다. 정경심 교수가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진 압수수색 과정(=毒樹)에서 증거물이 오염(=毒果)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면 이 증거물의 증거능력은 배제되어야 한다.
아닌 말로, 나에게 앙심을 품은 어떤 수사관이 내가 쓰던 옛날 정보기기 (PC나 휴대폰 등) 하나를 구해서, 나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압수수색 형태로 가져가 버렸다고 해보자. 나는 바로 감옥행이다.
소설을 하나 써보자.
현직 법무장관의 부인을 단 한번의 소환조사도 없이 기소했다. (장모님과 부인을 보니) 사모펀드라는 게 사기꾼들이나 하는 짓인데, 그런 사람이 법무 장관이 된다고? (놔두면 강력한 차기 대선 후보가 될 수도 있어… 도사님이 나도 대통령 감이라 했는데…) 낙마시켜야돼. 대통령이 임명장 보내기 전에 자진 사퇴 시켜야돼.
…
아, C. 무리하게 기소했는데, 사퇴도 안하고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해버렸네. X됐다. 그래서 사모펀드 탈탈 털었는데, 딱히 큰 게 걸리는 게 없네. 조국 부모가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도 탈탈 털었는데, 조국 동생이 교원채용 댓가로 돈 받아 챙긴 거 말고는 딱 히 큰 게 없네. 뭐 없을까? 이 국면을 타개하려면 이 새X 나쁜 놈을 어떻게든 만들어야 되는데…
…
조국이 아들 하나 딸 하나 있다는데… 국민들이 민감한 입시관련해서 뭐하나 걸릴 거 없나 알아봐라. 뭐? 아들이 조국 부인이 교수로 있는 동양대라는 데서 표창장을 받았다고? 그거 조국 부인, 정경심이 그냥 하나 만들어준 거 아냐? 뭐라고? 표창장 원본이 있다고? 아 C… 이것도 안되네. 쫄린다 쫄려.
…
딸이 부산 의전원 나왔다고? 뒤져봐 뭐라도 나오나. 조국 딸, 조민이도 동양대에서 표창장 받은 게 있다고? 근데, 원본은 못 찾았다 이거지… 오케이. 걸렸어. 아들 표창장을 이용해서 있지도 않은 딸 표창장 만들었다는 걸로 진행시켜!
근데,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결정적 증거가 없네. 아 C. 정경심 교수가 쓰던 PC에 표창장 스캔한 거랑, 직인 파일 같은 게 딱 있어주면 좋겠는데, 정경심 교수 PC에 마음대로 접근할 수도 없고 어쩌지… 뭐라고? 정 교수가 예전에 쓰던 PC가 강사 휴게실에 굴러다닌다고? 그거 정경심 교수가 지금 쓰는 거 아니니까, 정경심 교수 참여권 보장해 줄 필요없다는 거지? 담당 조교는 상관없으니 가져가라고 하겠지. 오케! 그렇게(?) 진행시켜!
…
정경심 교수가 사용하던 PC에서 표창장 위조의 결정적 증거들이 쏟아져 나왔다. 표창장 위조를 위해, 자택에서 이 PC를 사용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공유기 접속 기록이나 MS Word 밖에 못 쓴다는 컴맹 수준의 정경심 교수가 아래아 한글로 화려한 편집 기술을 뽐내며, 표창장을 완벽하게 위조했다는 얘기 따위는 판사도 못 알아들으니까 상관없어!
동양대 PC같은 증거물의 증거능력을 인정한다면, 죄없는 사람 누구라도 수사기관이 마음만 먹으면 감옥에 보낼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