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독립

하늘이가 마침내 실질적인 독립을 했다. 회사가 집에서 그리 멀지는 않아서 한 동안은 집에서 출퇴근을 했었는데, 지난 주말에 드디어 회사 앞에 따로 아파트를 얻어서 이사를 나갔다.

이사한 아파트에 함께 짐을 정리하러 지난 일요일에 다른 가족들과 함께 갔다. 아파트는 생각보다 크고 깔끔해서 사회생활 시작하는 집으로서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하늘이 아파트에서 점심을 시켜먹다. 이사하는 날은 짜장면인데, 중화요리 집은 없으니, 대신 베트남 쌀국수.
이사짐을 유홀 트럭에 싣고 떠나는 장면은 찍지 못했고, 대신 트럭을 반납하고 집을 나서는 하늘이를 붙잡고 기념 사진.

남해운 교수 방문

Austin에 있을 때부터 인연이 있었던 남해운 교수가 방문했다.

남해운 교수와는 학부를 같이 다닌 것 이외에도 특별한 인연이 있다. 2007년 남해운 교수는 당시에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박사학위 과정에 있었다. 우리 가족이 Austin에서 자동차 사고를 당했을 때, 내가 연락해서 도움을 청할 수 있었던 유일한 사람으로 우리 가족에게 큰 도움을 준 후배다.

함께 하고 있는 과제의 일환으로 University of Michigan-Dearborn을 방문했고, 내 연구실과 실험실 등을 둘러보았다. 1년 넘게 온라인으로만 미팅을 하다가 직접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니 더욱 반갑고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Ann Arbor 독서모임과 모닥불

2019년 이맘 때부터 이어오던 독서모임이 있다. 나를 포함해서 총 다섯 명이 모이는데, 주로 Ann Arbor에 거주하는 분으로 매달 한 권을 책을 골라 읽고 의견을 나누는 모임이다. Covid 이후로는 Google Meet이나 Zoom을 이용해서 원격 미팅을 해오고 있다가, 한번 정도 상황이 되는 분들끼리 직접 모이기도 했었는데, 이번에는 우리 집 뒤뜰에 모닥불을 피워 보기로 하고, 의기투합해서 모였다.

꽤 추운 날씨였는데, 모닥불의 화력이 대단해서 추운 줄 모르고 쥐포도 굽고, 번데기 통조림도 데우고, 불장난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재미 한인 정보과학자 학술대회

11월 6일과 7일 Las Vegas의 University of Nevada, Las Vegas에서 KOCSEA (Korean Computer Scientists and Engineers Association in America; 재미 한인 정보과학자 협회) 학술 대회가 열렸다. 작년에는 COVID-19으로 인한 집합 금지로 행사를 취소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2020년과 2021년 두 해에 걸쳐 연이어 회장을 맞게 되었다. 올 해 무사히 학술대회를 마침으로서 그 직함을 이제 내려 놓게 되었다. 지도교수님의 부탁으로 박사과정 때부터 시작된 임원진으로서의 일도 이제 마무리하게 되었으니, 햇수로 10여년이 되어, 본의 아니게 최고참 회원이 되어 버렸는데, 이제 드디어 그 무거운 짐을 내려놓게 되어 홀가분하다.

현장 참여와 원격 참석을 모두 허용하는 하이브리드 형태로 개최되어어 현장 참여자가 예년에 비해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COVID-19 상황이 아직도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이 정도로라도 행사가 치러질 수 있게되어 정말 다행이다. 많은 분들을 직접 현장에서 다시 뵙게 되니 감회도 깊고 새롭다.

뉴욕 여행

지역은 다르지만 미국 생활을 오래해 온 친구들을 뉴욕에서 만났다. 하는 일이 다르다보니 시간을 맞춰 함께 모이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아서, 몇 년에 한 번 정도 잠깐 얼굴 보는 정도로 지내왔다. 올 해는 마음 먹고, 뉴욕에서 모여서, 특별한 계획을 잡거나, 사람들이 많이 가는 관광지를 가는 대신, 그냥 쉬엄 쉬엄 여유롭게 뉴욕 시내를 다니는 것으로 이틀을 채웠다. 이런 여행도 나쁘지 않다.

앞으로 일년에 한 번 정도는 장소를 정해서 함께 여행을 하기로 다짐을 하다.

새 차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새 차를 샀다. 현대 Kona 2022년 모델. NLine이라는 trim이다.

2004년 처음 유학을 위해 Texas의 College Station에 도착해서 처음 산 차는 Chrysler mini van이다. 당시만 해도 유학생들은 중고차를 dealership에 가서 사지 않고, 조금이나마 더 싼 가격의 차를 찾기 위해 body shop(우리나라로 치면 자동차 수리/정비소)에 가서 사고 나 차를 수리해 놓은 걸 샀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다니던 애들을 데리고 유학을 갔던 나는 Sedan 형태보다는 조금 돈을 더 주고 mini van을 body shop에 가서, 엔진룸 쪽으로는 수리 흔적이 없는 놈으로 골랐다. 이 차를 2007년 큰 사고가 나서 폐차 시킬 때까지 잘 탔다. 음주 운전자가 트럭 F-150으로 기억하는데, 중앙선을 넘어 우리 차를 정면으로 들이박았다. Sedan을 몰았다면, 그 시간, 그 자리에 있지 않았을 수 있을테니 사고가 나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만, 같은 환경/조건에서 일반적인 sedan을 몰고 가다가 그 트럭에 받혔다면 최소한 앞좌석에 탔던 나와 아내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고, 애들이 목숨을 건졌다고 한다면 큰 부상으로 장애나 후유증을 안고 살아야 했을게다.

내 두 번째 차는 2005년에 산 진 녹색 미쯔비시 sedan이다. Air conditioner가 작동하지 않고, 운전석이 약간 뒤틀린 차로, 기억이 정확하진 않지만 500달러 정도를 지불했던 것 같다. 텍사스 날씨를 생각하면 air conditioner가 없는 차는 거의 운행 불가능한 수준이다. 하지만 아내가 Austin의 University of Texas에 다니기로 하고, 가족이 Austin으로 이사하고 난 후에 College Station에 홀로 남아서 주말에 Austin에 다녀오는 주말부부 생활을 하던 내게는 큰 상관이 없었다. 두 도시 간의 거리는 차로 약 2시간 남짓이고 금/토요일에 Austin 방향과 일요일 오후 College Station 방향은 차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방향이라, 창문을 열고 달리면 텍사스의 살인적인 햇살도 견딜만했다. 대신 오후에 서향, 오전에 동향이라 햇살이 차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니, 내 미간의 깊은 주름은 이 때 생긴 것 같다. 이렇게 고속도로만 몇 년을 달리다보니까, 높은 마일리지에도 불구하고, 차 자체는 정말 잘 달려줬다. 이 차는 2007년 사고 후, 급속히 쇠약해진 내 몸이 약간 틀어진 운전석의 불편함 조차 견뎌내기 힘들어할 때가 되어, 다른 차로 바꿔타게 되었다.

사고로 폐차를 시켜야 했던 Chrysler 대신에 Austin에 남은 가족들이 타야할 새로운 차를 사야 했는데, 비슷한 사양의 Dodge Caravan을 지인에게 중고로 구매해서, 그 후에 Michigan까지 함께 왔다.

2007년 사고로 오른 발목이 부러지고 채 아물기 전에 다시 College Station과 Austin을 오가며 박사과정 공부를 이어나가야 했는데, 아무래도 미쯔비시를 계속 타고 다닐 기력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다른 유학생이 타던 하얀색 스즈키를 중고로 샀다. 눈길에 미끄러져서 앞 범퍼가 깨져 있었는데, body shop에 가서 다른 중고 부품으로 수리를 받았다. 이 차는 그 뒤로 Michigan까지 함께 왔고, 차에서 달구지 같이 삐거덕 삐거덕 소리가 날 때까지 탔다. 소리보다는 겨울이 되면 brake를 밟을 때 공기 저항 같은 게 느껴지면서 brake가 잘 듣지 않아서 그만 타기로 결심을 했다.

그리고 산 차가 2013년 형 Honda Civic 중고. 그래서 한동안 Dodge Caravan과 Honda Civic 두 대의 차를 이용. 그러다가 2016년 경에 Dodge Caravan을 타고 가다가 교차로에서 사고가 나서, 폐차. Honda CR-V를 lease를 해서 3년을 탔다. Lease가 끝나고 CR-V를 반납하고 나서는 한 동안 Honda Civic 한 대로 버티다가, 드디어 2021년 작은 아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곧 독립해서 나가야 할 것 같아서, Honda Civic을 작은 아들에게 넘기고, 처음으로 새 차를 사게 된 것.

생각보다 트렁크가 작아서 골프백이 뒷 자석을 눕히지 않으면 들어가지 않는 것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만족스럽다. 처음으로 산 새 차이다보니, 최신 기능들이 탑재되어 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성능이 좋다.

한국 방문 계획

거의 해마다, 공적인 일이거나, 사적인 일인거나 기회가 생겨서 한국을 다녀왔었다. 하지만, 작년에는 COVID-19 문제도 있고, 아이들 대학 생활 마무리를 도와주기도 해야했고, 새 직장 근처로 이사 문제도 해결해야 해서, 다녀오질 못했다.

올 해도 건너뛰면 내년이라고해서 확실한 약속이 된 것도 아니고, 백신도 맞았고, 미국에서 확진자의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고, 한국 상황도 안정적으로 보여서, 방문 계획을 구체화 하고 있었다.

게다가 해외백신접종자들에게 심사를 거쳐 격리면제를 해준다고 하니, 방문자들이 몰릴 것 같아서, 일단, 급하게 항공권을 먼저 예매했다. 격리면제는 확실하지 않으니, 일단 격리 면제서를 발급받을 때까지는 기다려보기로 했다.

지난 주 금요일에 격리면제신청 관련 서류를 모두 제출했는데, 엊그제 격리면제서류가 도착했다. 인쇄물로 네 장이 필요하다고 해서, 인쇄를 해 두었다.

9월부터는 외국인의 한국방문시 전자여행허가서가 필요하다고 하고, 시범기간중에는 수수료가 면제된다고 해서, 이번 기회에 전자여행허가서도 신청해서 받았다. 유효기간은 2년.

이제 출발 3일 전에 받아야하는 PCR 음성확인서만 준비하면 여행에 필요한 모든 서류는 완료된다. 혹시라도 그 사이에 돌파감염이라도 될까봐, 더욱 조심하고 있는 중이다. 주말에 여자친구와 놀이공원에 다녀올 둘 째에게는 COVID-19 테스트를 받으라고 부탁했다.

오늘따라 무척 피곤하다. 돌파감염시 나타나는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하는데, 별 일 없기를. 그동안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이 더 이상 요구되지 않는 곳에서도 늘 마스크를 쓰고 다녔는데, 이제 와서 만에 하나라도 돌파감염이 된다면 이것만큼 억울한 일도 없겠다.

한국 항공권과 숙소 비용 등, 금전적 손해도 만만치 않다. 더욱 조심하자.

국적상실 신고

지난 주말에 시카고 영사관에 다녀왔다. 국적상실신고를 위해서다. 아이들이 한국 출입국 시에 혹시나 있을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 하나. 그 다음은 나를 위한 것인데, “우수인재 복수국적” 제도를 통해 대한민국 국적을 회복하기 위해서다. 2011년 부터 시작된 제도라고 하는데, 모르고 있었다. 대한민국 국적법에 다르면 미국시민권 취득 후에는 대한민국 국적이 자동상실되지만, 한국 내 주민등록을 정리하기위해서 국적상실 신고를 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국적’상실’이란 말에서 오는 심리적 거부감도 있고, 굳이 신고를 해야할 필요성도 느끼지 않아 미루고 있었다. 하지만 아들이 일 때문에 한국출장을 가야할 경우도 생길 것 같아서, 더 이상 미루지 않고 상실신고를 했다. 상실신고서는 본인이 직접 작성해야 하지만, 신고는 아버지인 내가 해도 되도록 되어 있다. 다만, 우편신고는 불가능하고 영사관에 직접 방문해서 신고를 해야 한다. 영사업무 담당자에게 미국여권과 미국 시민권 원본을 가져가서 직접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서류를 잘 챙겨간 덕분에 간단히 접수가 끝났다.

야구화

17년을 함께한 야구화. 지난 번 연습 때, 밑창이 떨어져 나갔다. 너덜 너덜해져버린 밑창 때문에 연습도 중간에 접고, 집으로 와야 했다. 오랜 시간 함께한 야구화라, 애착이 깊다.

낡은 야구화를 보아온 함께 야구하는 친구가, “형, 이제 보낼 때가 되었어요.” 한다.

작년에도 한 차례 수리를 했었는데, 수리한 쪽인지 다른 쪽인지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보낼 때가 되었나보다. 잘 가라. 함께해서 행복했다.

떨어진 야구화를 본 큰 아들이 아버지 날 선물로 신발을 사주겠다고 했다. Dick’s라는 운동 용품점에 들러서 야구화를 몇 가지 구경했는데, 딱히 마음에 드는 것이 없다. 전에 신던 것처럼 발목이 좀 높은 걸 찾았는데, 딱 한 가지 종류 밖에 없고, 내 발 크기에 맞는 것은 찾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와, Amazon을 뒤져서, 비슷한 디자인이지만 내 발 크기에 맞는 걸 찾았다.

이제 2021년에 새로운 야구화를 사게되었으니, 앞으로 십년만 더 신자.

요 며칠 동안 비가 많이 내렸다. 지대가 낮은 곳은 침수가 되어 길이 끊겼다. 다행히 우리 오늘은 날이 맑고, 햇살이 밝았으나, 지난 밤의 습기와 합쳐져서 후덥지근한 날이었다.

밤이 깊으니, 다시 비가 쏟아진다. 한국의 장마를 연상시킬만큼 비가 많고, 잦고, 후덥지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