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기온도 많이 내려가고 눈도 적지 않게 내려 주변이 온통 눈의 바다다. 늘 다니던 동네의 산책로가 눈으로 가득하다.


세상사는 이야기
디어본 쪽에서부터 서쪽으로 길게 이어지는 산책로를 따라 공원이 있다고 해서, 가봤는데 생각보다 별로다. 산책로가 대부분 찻길 옆으로 나 있어서 조용히 걷기도 어렵고, 산책로에는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들이 치우지 않은 개똥이 말라붙어 있어, 그 마른 똥들을 밟지 않고 세 걸음 이상을 이어가기도 어려웠다.
디어본 캠퍼스 안에서 시작되는 산책로를 이용했던 나에게는 공원 산책로가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주말에 시간을 내서 아내와 학교 안의 산책로를 다녀왔다. Henry Ford와 그의 아내 Clara가 말년에 살던 저택이 그대로 남아 있고, 학교를 관통하는 산책로이다보니 일반 사람들의 왕래가 많지 않아서 좋다. 다니는 사람도 많지 않고 관리도 잘 되고 있어서 산책로로서는 더할 나위가 없이 좋다.


2021년이라는 수자가 아직도 낯선데, 새해라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2021이라면 어릴 적 상상하던 미래. 우주 여행이 일상이 되고, 지능 로봇이 인간의 궂은 일을 대신해 주는 그런 세상. 어떤 분야는 상상 이상으로 더 발전을 했고, 어떤 분야는 상상보다 진전 속도가 더디다.
2020년 2021년이라는 미래 세계에 살게 되었는데, 과거의 유산 같은 전염병으로 온 인류가 고통받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1월도 어느 사이 19일이 지나가고 있고, 새 학기가 시작했지만, 집에서 지내는 일이 일상이 되어서인지, 학기 구분과 시간 구분이 쉽지가 않아서일까, 새 학기 시작이라는 어떤 활기도 내 안에서 일어나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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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뒤적인 독서공책에서 지난 여름에 적어놓은 것을 발견. 아마도 어떤 자기 계발서 종류를 읽고 있었던 것 같다.
자신의 장단점과 관심 고민을 적어놓았는데, 신년이 되어서 곱씹어 보면 좋을 듯 해서 옮겨놓는다.
잘 산다는 것.
지난 10년간 살던 집을 떠나,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왔다. 직장을 옮기면서 진작에 했어야 하느 이사지만, 사정상 미뤄오다가, 지난 7월부터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그때 시작한 이사 준비가 10월이 되어서야 겨우 마무리가 되어 가고 있다.

지난 세 달 동안 이런 저런 우여곡절 때문에 마음고생이 많았지만, 이렇게 새 집에 무사히 앉아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이사 짐을 싸면서 정말 이것까지 버려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버리고 버리고 또 버렸는데도, 이사 온 집에는 아직도 풀어서 정리할 상자들이 한 방에 가득 쌓여있고, 부엌 살림이며, 책이며, 정리할 것이 산더미 같이 많이 남아있다.



그래도 잠자고, 씻고, 밥하고, 음식하고, 커피를 내리는 기초적인 생활은 가능한 상태가 된 것에 감사한다.
짐을 정리하면서, 두 가지를 느꼈다.1. 하찮은 인생, 목숨 부지하는데 필요한 것들이 참 많기도 하다는 것과,2. 그동안 사는 데 필요없는 것들을 참 많이도 챙겨 갖고 있구나 하는 것.
이사를 위해 대부분의 짐들을 싸서 컨테이너에 넣어놓고, 기초적인 조리도구와 그룻 몇 개 그리고 당장 입을 옷 몇가지만 갖고도 몇 주 동안 별탈없이 살아지는 걸 보면서 새삼스레 느낀다.
버리고 버리고 또 버려라. 살아가는데 아무 지장없더라
9월 27일 일요일. 식사를 위해 급한대로 부엌과 식탁부터 정리.


9월 29일 화요일 PODS에 넣어두었던 짐들이 무사히 도착했다. 냉장고와 소파 때문에 인부를 불렀다. 10월 1일 목요일 두 명의 인부가 10시 쯤 도착해서, 3시가 조금 안될 때까지 작업하고 돌아갔다.
현관문을 떼어내고서도 냉장고가 2층으로 올라오지 못해서, 냉장고의 문들을 모두 떼어내야했다. 다행히 며칠 전 공부해둔 냉장고 문 해체 방법에 따라 무사히 문들을 모두 떼어내고 2층으로 냉장고를 옮길 수 있었다.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냉장고 자리가 정확히 냉장고 크기만큼이라, 바닥의 siding이라고 하는 부분을 떼어내지 않으면 냉장고가 들어가지 않는다. 어설픈 도구들만으로 힘들게 떼어내어고 겨우 겨우 냉장고를 제자리에 넣을 수가 있었다.
이제 남은 일은 주방용품들 정리하고, 가구들 제자리에 배치하고, 상자에 들어있는 짐들을 풀어서 제자리를 찾아주는 일이다. 당장 급하게 쓰지 않을 물건들은 아예 상자에서 빼지 않기로 한다. 일단 이 많은 상자들을 어떻게든 정리해서 사람 사는 집 모양으로 만들어 놓고 하나씩 정리해 나가기로 한다.
10월 1일은 급한대로 침대를 정리. 거의 일주일만에 침대에서 잘 수 있게 되었다. 10월 2일 금요일에는 원격수업을 위해 내 서재를 정리하고 1층의 하늘이 생활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쌓여있던 상자들을 정리했다. 10월 3일 토요일에는 부엌 살림을 정리해서, 간단한 요리를 해 먹을 수 있을 정도까지는 해 놓았다.
오늘 10월 4일 일요일은 내일부터 정상적인 생활을 위해, 짐정리는 잠시 쉬고, 밀린 업무와 내일 수업 준비에 전념하기로 한다.
이번 주에는 일단 거실에 나와 있는 상자들을 바다방으로 옮겨놓기로 하자. 거실에 가구 배치가 정리가 되고 나서, 상자들을 하나씩 푸는 것으로 하자.


























9월 25일 금요일. PODS 두 개에 남겨둔 이사짐을 제외하고 나머지 짐들을 바리바리 싸서 U-Haul 트럭을 빌려 Westland 집으로 왔다. U-Haul 트럭에서 짐을 모두 내리고, 트럭을 반납.
9월 26일 토요일. Grand Blanc 집으로 가서 냉장고 정리와 두 개의 차고에 남아있던 잡동사니를 모두 정리했다.

이제 정말 정들었던 Grand Blanc 집과는 안녕이다.
결혼해서 독립한 이후에 가장 오래 산 집이 지금 살고 있는 Grand Blanc 집이다. 한국에서 살았던 마지막 집인 파주 교하의 아파트가 아마도 두번째로 오래 살았던 집인데, 다섯 해도 채우지 못했다.


30대 중반에 유학을 와서 40이 되어 학위를 받고 첫 직장을 시작하면서 지금 이 집을 샀다. 다운페이할 돈이 하나도 없어서 은행 감정가 전액을 대출 받고, 그 대출에 대한 보험까지 사야했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여진이 채 끝나지 않은 때라, 주택 가격이 많이 낮아서, 침실 세 개짜리 아파트의 한달 임대료보다 적은 돈으로도 모기지, 세금, 주택보험이 가능했던 때라 큰 고민은 하지 않았다. 다만, 정년보장 심사를 받기 전이라, 자칫하면 다시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가야할 수도 있었지만, 아내는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나의 미래를 전적으로 신뢰했고,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어, 지금까지 무사히 살아올 수 있었다.

처음 왔을 때,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던 아이들은 이제 둘 다 대학생이 되었다. 이 집은 그 과정을 하나 하나 모두 지켜보았을 것이다. 커가는 아이들의 키를 그려놓은 것도 아직 그대로 남아있다.

나를 돌아보니, 내 40대가 온전히 여기 묻혀있다. 직장에 적응하고, 개인적인 어려움들로 힘들어 하고,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던 기억들이 방마다 묻어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한국에 갔던 기억도 남아있다. 큰 형이 한 번 왔다 갔고, 어머니와 장인 어른도 한번 다녀 가셨고, 아이들의 기특한 대학 입학도 여기 이 집에서 모두 일어났다.
새로운 직장에서 자리 잡을 때까지 당분간 혼자 아파트 생활을 하려던 계획은 COVID-19으로 인해,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변경이 되었다. COVID가 한창인 지금이 오히려 이사하고 정리하고, 새로 자리 잡을 시간을 가질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겠다 싶어, 이사를 계획했다. 직장이 위치한 Dearborn에서 가까운 지역으로 이사를 하기로 했고, 지난 7월에 시작한 이사 준비는 이제 그 막바지에 도달했다.
힘든 일도 있었지만 좋은 기억이 아주 많아, 힘든 일을 다 덮고도 남는 이 집에 대한 추억은 이제 묻고, 새 곳에서 새로운 기운으로 50대를 시작하자. 10년만큼은 더 현명해 지고, 인생을 더 알차고, 바르고, 제대로 살기위해 노력하자.
이사가 이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 주 금요일에 새로 이사갈 집에 대한 구매를 완료했다. 주택담보 대출을 받았고, 잔금을 모두 치루었다. 공식적으로 우리 집이 된 것이다.
PODS에서 빌린 container들은 9월 29일이 되어서야 옮길 수 있다고 해서, 일단 이번 주 금요일에 Uhaul에서 truck을 하나 빌려서, 당장 필요한 조리 도구와 침구류 그리고 일에 필요한 컴퓨터 등등을 챙겨서 새 집으로 옮기기로 했다. 같은 날 피아노도 옮기기로 했기 때문에, 피아노가 무사히 집에서 나가는 것까지 확인하고, 나는 truck을 운전해서 새 집으로 간다.
이번 주 목요일까지는 오래 간만에 일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미리 준비해 두었던 수업 분량도 다 되어가니, 수업 준비도 꼬박 꼬박 챙겨 해 나가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그동안 흐트러졌던 몸과 마음을 추스려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