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지난 몇 주 간 행복한 글읽기에 빠져 지내게 해주었던 <그리스인 조르바>.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소개된 것을 보고, 집에 이미 있던 책을 집어 들었다. 아내가 한국에 있을 때 지인의 집에 있던 것을 빌려 왔다고 한다. 집에 이미 있지 않았다면 굳이 읽게 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내게는 마침 책이 집에 있었다는 것이 행운이다. 여러가지 면에서 내게는 흡입력이 있었다.

일단, 배경이 되는 크레타. 몇 해 전 짧지만 잠시 크레타 섬에 다녀오고, 그곳의 풍광과 음식애 매료된 터라, 책에서 묘사하는 풍광이 눈에 선명하게 그려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여행이란 것이, 직접 어딘가에 가서 그곳의 공기를 마시고, 그곳의 바다에 손을 담가보고 한다는 것이, 내 삶의 구석 구석에 활기를 넣어주고, 문자로 접하는 내용이 화면으로 그려지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오늘, 조르바의 죽음에 대한 소식을 접하게 되는 부분을 마지막으로 책 읽기를 마쳤다. 마치 잘 알던 사람의 부의를 들은 것 같은 기분이다.

오베라는 남자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라, 이 책에 손이 가기까지는 한참이 걸렸다. 그래도 좋은 소설은 소설만이 주는 몰입이 있다. 그리고 내가 직접 겪어보지 못하는 다른 사람의 세계에 들어가 그 사람이 되어 볼 기회를 가져볼 수 있다. 소설없이는 경험하기 어려운 기회다.

“오베라는 남자”는 근래에 읽었던 소설 중에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어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그 사람을 소중히 아낀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해준다. 읽고나서, 내게 없었던 무엇인가가 내 안에 생겨나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좋은 책이다. 이 책이 바로 그렇다.

나란 사람은, 기본적인 생존에 대한 불안,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으며 살아온 것은 아닌지 내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생물학적 생존만을 위해 산다면, 동물과 다름없다. 인간답게 살려면 존재의 존엄을 지키는 일에 조금은 더 애써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조금씩이라도 그렇게 살도록 애써보자.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앨리자베스 길버트의 책, Eat, Pray, Love의 번역판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읽고, 두서 없이 마음에 남은 구절을 적다.

매일 무슨 생각을 할 지 고르는 법을 배워야한다. 이것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통제할 수 있는 것이다. 행복은 개인이 노력한 결과이다. 싸우고 노력하고, 때로는 세상을 떠돌기도 하면서 얻어야 하는 것. 행복한 상태에 도달했으면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

Ann Arbor에 있는 지인들과 독서모임을 만들었다. 책 선정은 한 사람 씩 돌아가면서 하기로 했고, 주제나 형식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다. 그냥 자기가 읽고 싶거나, 읽었는데 함께 공유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그걸 선택해서 함께 읽기로 했다.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는 이미 읽었던 책인데, 다시 읽어도 좋겠다 생각하던 차에, 독서 모임에서 이 달에 함께 읽기로 결정이 되었다.

독서평이란 거창한 이름보다는, 다시 책을 읽으면서 공책에 정리했던 내용을 중심으로 두서 없이 적어놓을 생각이다.

유시민은 오랜동안 다른 책을 발췌, 요약, 해석, 가공하는 일을 해오고 있는데, 혹자는 그를 폄훼할 목적으로 자기 글은 없고, 남의 글을 가져다 여기 저기 갖다 붙이는 재주 밖에 없다한다. 유시민은 그런 스스로를 “지식소매상”으로 이름으로 명명하고, 그 정체성을 오히려 더 강화했다 할 수 있겠다.

그는 자기 이야기를 하는데 익숙하지가 않다. 늘 다른 사람의 글을 발췌, 요약, 해석, 가공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살아온데다가 또한 10여년을 정치인으로 살아내면서 자기 이야기를 온전히 하기란 쉽지 않았을터다.

이 책의 핵심 주제는 다음과 같다. 목차를 보면 핵심 주제와 더불어 질문에 대한 답변까지 나와있다. 답만 알고 싶다면 목차만 살펴봐도 된다.

  • 나는 누구인가?
  •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 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품격있는 인생, 행복한 인생이란 무엇인가?
  • 품격있고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답은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이다.

자기 삶은 자기 방식대로 살아야한다. 이유는 그것이 최선이 아니라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일을 하면서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

평범한 삶을 꿈꾸었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고, “닥치는 대로” 살았다. 다만, 눈 앞에 닥쳐온 일들을 성실하게 처리하면서 살았다.

인생은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는 일이다.

재능이란 즐기면서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다.

사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 방법은 없다. 각자 알아서 찾아야 한다. 스스로 자기 삶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자기 삶의 의미를 모르면 삶은 비천하고 비루해진다.

더 즐겁게 일하고, 더 열심히 놀고, 더 많이 그리고 깊이 사랑하고, 더 많은 사람들과 손잡고, 더 아름다운 것들을, 더 많이 만들고 싶다.

유시민 – 어떻게 살 것인가

나의 죽음 – 세상은 그대로, 나만 無로 사라진다. 처절한 상실이 죽음의 공포의 근원이다.

나는 무엇이고, 누구인가? 내 삶에 주는 기쁨과 의미를 알아야 한다. 같은 상황에서도 어떤 사람은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 죽음을 택하고, 어떤 사람은 강력한 삶의 의지로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간다.

삶의 존엄성의 필수 조건은 “자유의지”이다. 칸트에 따르면 존엄한 것은 가치를 따질 수 없다. 그 자체가 목적인 것이다.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설계하고, 그것을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밀고나가는 정신의 태도와 능력을 “자유의지”라고 정의한다.

나는 무엇으로 인생을 채우고 있나? 삶의 충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가? 살아있는 순간마다 기쁨을 느끼는가?

유시민 – 어떻게 죽을 것인가

마지막으로, 품위있게 늙는 법에 대한 그의 이야기. 가슴에 새길만한 방법이다.

겸손. 화내지 않기. 없는 티 내지 않기, 배려. 의연, 경청

유시민 – 품위있게 늙는 법

우울할 땐 뇌과학

걱정과 불안

걱정: 잠재적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것.

불안: 잠재적 문제에 대해 ‘느끼는’ 것.

불안이란 잠재적 위험일 뿐인데, 실제위험이라고 느껴서 뇌의 공포회로가 활성화한 결과이다.

통제할 수 있는 일에 주의를 집중해야 한다.

자신의 감정 상태을 ‘인지’하면 전전두피질이 활성화되어서 편도체를 진정시킨다.

감정을 언어로 옮기는 일은 뇌회로를 재배선하고 기분이 좋아지게 도움을 준다.

주의회로란 무엇에 주의를 기울일지 판단하는 곳이며 감정회로와 연결되어 있다. 감정회로는 부정적인 것에 더 쉽게 활성화한다. 뇌는 부정편향을 갖고 있어서 상황을 실제보다 더 나쁘게 인식하도록 만든다.

‘판단하지 않는 알아차림’을 연습해야 한다.

실수를 하면 감정적인 편도체가 자동으로 가동되지만 자신의 감정 반응을 ‘인식’하면 전전두피질이 활성화하면서 편도체를 진정시킨다.

자신의 뇌가 불확실성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확실성은 감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우울증이란 통증의 가능성에 대한 육체적 감정적 반응이다.

긴 포옹은 옥시토신을 방출하게 만들며 이는 편도체 반응성을 떨어뜨린다.

운동, 숙면, 마사지는ㄴ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의 방출을 돕는데, 이는 긍정적 사건에 대한 주의를 증가시킨다.

낙천성 회로 강화하기

  • 미래의 긍정적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을 상상한다.
  • 일어날 수 있다. 일어날 것이다 기대 한다.

biofeedback

우리가 행동으로 뇌의 반응을 바꿀 수 있다. 길고 깊게 호흡하기 –> 행복하다는 신호를 준다 –> 고개를 들고 미소 짓기

  • 미소 –> 행복하면 짓는다. 반대로 지으면 행복. 긍정적 감각이 커진다
  • 반듯한 자세 –> biofeedback의 주요 근원
  • 평온한 표정
  • 천천히 깊게 호흡: 6번 들이마시고, 2초간 쉬웠다가, 6번 내쉬고. 이를 반복.
  • 근육 이완

습관

고치기 어려우니 습관이다. ‘이런 습관이 있군’하고 알아 차리기. 오래된 습관은 제거되지 않고, 더 강력한 습관에 의해 약화된다. 스트레스 상황이 되면 습관이 강화된다. 충동을 억제하는 세로토닌은 공급량에 한계가 있다. 충동에 저항하는 일은 제한된 수의 총알로 좀비군단과 싸우는 일이다. 해결책은 연습을 통해 더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것.

습관은 선조체(corpus striatum)가 통제. 반복 행동은 배측 선조체, 충동은 측좌핵 (도파민을 분비) 에서 관장.

정재승의 열두 발자국

계획은 수정하고 다시 만드는데 그 유용함이 있다.

일단 시도하고 바꾸고 다시 시도한다.

기억이란 아무리 강한 기억이라도 2년 후에는 대상자의 10%만이 정확히 기억.

욕망. 타인의 욕망을 자기 것으로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나만의 지도를 가지려면 유아의 마음으로 세상을 탐구해야 한다.

내 욕망은 어떻게 찾나? 자신만의 가치 평가 능력을 키워야. 가치 평가 능력이란 스스로의 선택과 판단을 한 경험을 토대로 내 앞에 놓은 상황을 판단하는 것이다.

데미안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다시 읽다.

“다시” 읽었다고 말하는 게 정확한 지는 모르겠다. 책을 읽다보니,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에 대한 어렴풋한 기억 외에는 모든 게 새롭다. 아마도 읽지 않고, 읽었다고 착각했을 수도 있고, 읽기는 했으나, 번역투의 현란하면서도 지루한 설명에 꾸역 꾸역 페이지만 넘겼을 수도 있다.

“에밀 씽클레어의 어릴 적 이야기”라는 부제가 있었다는 것도 새롭고, 데미안이란 이 소설이 영지주의(靈知主義, Gnosticism)의 그림자가 뚜렷하다는 것도, 아브락사스(또는 아브라삭스)를 찾아보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데미안이란 이름 자체도 데미우르고스라는 물질세계를 창조했다고 여겨지는 신의 이름에세 따왔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책의 서언으로 다시 돌아와서 발견한 한 문장이 이 소설의 내용을 아우른다.

모든 인간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 도달하기 위한 여정이고, 그 길을 찾아보려는 시도이며, 오솔길을 찾아가는 암시이다.

Each man’s life represents a road toward
himself, an attempt at such a road, the intimation of a path.

인생은 자기 자신을 향해 가는 길이다.  삶이란 그 길 위의 한 가지 시도이며 자기 자신에게 도달하기 위한 여러 경로 중에 한 가지를 찾는 실마리이다.

 

표현의 기술

지난 번 한국에 갔을 때, 서점에서 발견한 책. 유시민의 신작, “표현의 기술”이다. 서점 주인 말씀이 유시민 책은 나오기만 하면 아주 잘 나간다면서 이 분은 책이나 계속 쓰면 좋을텐데, 왜 정치한다고 했는지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하셨다. 그 말씀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유시민의 책을 거의 모두 사기는 했던 것 같다. 유시민이 생업으로서의 정치를 그만둔 것은 한국정치에는 마이너스 요소가 되겠지만 출판계에는 플러스가 되는 일이겠고, 독자로서 그의 책을 더 자주 만나게 되는 일이니 독자로서는 좋은 일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건 순전히 내 추측인데, 유시민이 정치를 그만두게 된 이유말이다. 그건 아마도 노무현 대통령 서거와 그 이후의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대중에 대한 분노, 실망 그런 마음이 가장 큰 축이 아닐까. 어쩌면 자칭 자유주의자로서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의 주류로서의 모든 배경을 가진 사람이, 주류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으며, 권력욕 이상의 그 무엇인가(희생? 봉사?)를 위한 정치를, 도저히 답이 없어보이는 대중을 위해 계속 해야할 이유를 찾지 못한 것이다. 할만큼 했다는 마음도 있었으리라. 한 번뿐인 인생, 이제는 자신을 위해 살 때도 되었다고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다.

목표와 소원

소원은 결론만 보는 것.

목표는 성취하는데 필요한 구체적 행동 단계가 있는 것. 다섯 가지 단계

  • 글로 쓰고
  • 구체적으로
  • 순서가 있어야
  • 측정 가능해야
  • 계획표

세 가지 기간

  • 단기: 오늘
  • 중기: 한달에서 몇 년
  • 장기: 인생

중요한 점. 목표를 향한 여행을 즐겨야 한다. 날마다의 작은 발걸음은 목표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는 뜻이다.

용서의 기술

용서의 기술 – 4장. 스스로에게 되뇌는 말이 당신을 죽인다.

현실자체보다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신체반응을 결정하다.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다.

용서의 기술 – 5장. 억울한 사연은 스스로 만든다.

인간의 기억은 왜곡된다. 기억이란 선택적이다. 하지만 ‘나’는 그 ‘기억’을 ‘사실 그대로’라고 생각한다. 확증할 수도 없는 상대방의 의도를 ‘확증할 수 있는 사악한 의도’라고 믿는다. 이는 파악이 거의 불가능하지만 그렇게 믿어버린다.

억울한 사연. 이렇게 된 건 내 선택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이렇게 만든 것이며 이것은 부당한 일이며, 이를 특정한 관점에서 ‘해석’하고 개인적 공격으로 받아들인다.

피해자는 사건의 가혹함을 과장해서 자신의 책임을 축소하고 공격자 때문에 자신의 미래가 망가졌다고 생각한다.

용서의 기술 – 6장. 용서는 선택이다.

운명을 결정하는 건 ‘기회’가 아니라 ‘선택’이다. 사건 자체보다는 사건읠 보는 당신의 해석/선택에 따라 달라진다는 뜻.

행복의 비밀은 어떻게 살 것인지 스스로 선택하려는 마음에 있다.

용서하지 않는 것은 미래를 개선하기 위해 애쓰는 대신 과거를 바꾸려고 애쓰는 일이다. 과거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