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운 교수와는 학부를 같이 다닌 것 이외에도 특별한 인연이 있다. 2007년 남해운 교수는 당시에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박사학위 과정에 있었다. 우리 가족이 Austin에서 자동차 사고를 당했을 때, 내가 연락해서 도움을 청할 수 있었던 유일한 사람으로 우리 가족에게 큰 도움을 준 후배다.
함께 하고 있는 과제의 일환으로 University of Michigan-Dearborn을 방문했고, 내 연구실과 실험실 등을 둘러보았다. 1년 넘게 온라인으로만 미팅을 하다가 직접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니 더욱 반갑고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2019년 이맘 때부터 이어오던 독서모임이 있다. 나를 포함해서 총 다섯 명이 모이는데, 주로 Ann Arbor에 거주하는 분으로 매달 한 권을 책을 골라 읽고 의견을 나누는 모임이다. Covid 이후로는 Google Meet이나 Zoom을 이용해서 원격 미팅을 해오고 있다가, 한번 정도 상황이 되는 분들끼리 직접 모이기도 했었는데, 이번에는 우리 집 뒤뜰에 모닥불을 피워 보기로 하고, 의기투합해서 모였다.
꽤 추운 날씨였는데, 모닥불의 화력이 대단해서 추운 줄 모르고 쥐포도 굽고, 번데기 통조림도 데우고, 불장난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11월 6일과 7일 Las Vegas의 University of Nevada, Las Vegas에서 KOCSEA (Korean Computer Scientists and Engineers Association in America; 재미 한인 정보과학자 협회) 학술 대회가 열렸다. 작년에는 COVID-19으로 인한 집합 금지로 행사를 취소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2020년과 2021년 두 해에 걸쳐 연이어 회장을 맞게 되었다. 올 해 무사히 학술대회를 마침으로서 그 직함을 이제 내려 놓게 되었다. 지도교수님의 부탁으로 박사과정 때부터 시작된 임원진으로서의 일도 이제 마무리하게 되었으니, 햇수로 10여년이 되어, 본의 아니게 최고참 회원이 되어 버렸는데, 이제 드디어 그 무거운 짐을 내려놓게 되어 홀가분하다.
현장 참여와 원격 참석을 모두 허용하는 하이브리드 형태로 개최되어어 현장 참여자가 예년에 비해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COVID-19 상황이 아직도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이 정도로라도 행사가 치러질 수 있게되어 정말 다행이다. 많은 분들을 직접 현장에서 다시 뵙게 되니 감회도 깊고 새롭다.
지역은 다르지만 미국 생활을 오래해 온 친구들을 뉴욕에서 만났다. 하는 일이 다르다보니 시간을 맞춰 함께 모이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아서, 몇 년에 한 번 정도 잠깐 얼굴 보는 정도로 지내왔다. 올 해는 마음 먹고, 뉴욕에서 모여서, 특별한 계획을 잡거나, 사람들이 많이 가는 관광지를 가는 대신, 그냥 쉬엄 쉬엄 여유롭게 뉴욕 시내를 다니는 것으로 이틀을 채웠다. 이런 여행도 나쁘지 않다.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새 차를 샀다. 현대 Kona 2022년 모델. NLine이라는 trim이다.
2004년 처음 유학을 위해 Texas의 College Station에 도착해서 처음 산 차는 Chrysler mini van이다. 당시만 해도 유학생들은 중고차를 dealership에 가서 사지 않고, 조금이나마 더 싼 가격의 차를 찾기 위해 body shop(우리나라로 치면 자동차 수리/정비소)에 가서 사고 나 차를 수리해 놓은 걸 샀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다니던 애들을 데리고 유학을 갔던 나는 Sedan 형태보다는 조금 돈을 더 주고 mini van을 body shop에 가서, 엔진룸 쪽으로는 수리 흔적이 없는 놈으로 골랐다. 이 차를 2007년 큰 사고가 나서 폐차 시킬 때까지 잘 탔다. 음주 운전자가 트럭 F-150으로 기억하는데, 중앙선을 넘어 우리 차를 정면으로 들이박았다. Sedan을 몰았다면, 그 시간, 그 자리에 있지 않았을 수 있을테니 사고가 나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만, 같은 환경/조건에서 일반적인 sedan을 몰고 가다가 그 트럭에 받혔다면 최소한 앞좌석에 탔던 나와 아내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고, 애들이 목숨을 건졌다고 한다면 큰 부상으로 장애나 후유증을 안고 살아야 했을게다.
내 두 번째 차는 2005년에 산 진 녹색 미쯔비시 sedan이다. Air conditioner가 작동하지 않고, 운전석이 약간 뒤틀린 차로, 기억이 정확하진 않지만 500달러 정도를 지불했던 것 같다. 텍사스 날씨를 생각하면 air conditioner가 없는 차는 거의 운행 불가능한 수준이다. 하지만 아내가 Austin의 University of Texas에 다니기로 하고, 가족이 Austin으로 이사하고 난 후에 College Station에 홀로 남아서 주말에 Austin에 다녀오는 주말부부 생활을 하던 내게는 큰 상관이 없었다. 두 도시 간의 거리는 차로 약 2시간 남짓이고 금/토요일에 Austin 방향과 일요일 오후 College Station 방향은 차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방향이라, 창문을 열고 달리면 텍사스의 살인적인 햇살도 견딜만했다. 대신 오후에 서향, 오전에 동향이라 햇살이 차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니, 내 미간의 깊은 주름은 이 때 생긴 것 같다. 이렇게 고속도로만 몇 년을 달리다보니까, 높은 마일리지에도 불구하고, 차 자체는 정말 잘 달려줬다. 이 차는 2007년 사고 후, 급속히 쇠약해진 내 몸이 약간 틀어진 운전석의 불편함 조차 견뎌내기 힘들어할 때가 되어, 다른 차로 바꿔타게 되었다.
사고로 폐차를 시켜야 했던 Chrysler 대신에 Austin에 남은 가족들이 타야할 새로운 차를 사야 했는데, 비슷한 사양의 Dodge Caravan을 지인에게 중고로 구매해서, 그 후에 Michigan까지 함께 왔다.
2007년 사고로 오른 발목이 부러지고 채 아물기 전에 다시 College Station과 Austin을 오가며 박사과정 공부를 이어나가야 했는데, 아무래도 미쯔비시를 계속 타고 다닐 기력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다른 유학생이 타던 하얀색 스즈키를 중고로 샀다. 눈길에 미끄러져서 앞 범퍼가 깨져 있었는데, body shop에 가서 다른 중고 부품으로 수리를 받았다. 이 차는 그 뒤로 Michigan까지 함께 왔고, 차에서 달구지 같이 삐거덕 삐거덕 소리가 날 때까지 탔다. 소리보다는 겨울이 되면 brake를 밟을 때 공기 저항 같은 게 느껴지면서 brake가 잘 듣지 않아서 그만 타기로 결심을 했다.
그리고 산 차가 2013년 형 Honda Civic 중고. 그래서 한동안 Dodge Caravan과 Honda Civic 두 대의 차를 이용. 그러다가 2016년 경에 Dodge Caravan을 타고 가다가 교차로에서 사고가 나서, 폐차. Honda CR-V를 lease를 해서 3년을 탔다. Lease가 끝나고 CR-V를 반납하고 나서는 한 동안 Honda Civic 한 대로 버티다가, 드디어 2021년 작은 아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곧 독립해서 나가야 할 것 같아서, Honda Civic을 작은 아들에게 넘기고, 처음으로 새 차를 사게 된 것.
생각보다 트렁크가 작아서 골프백이 뒷 자석을 눕히지 않으면 들어가지 않는 것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만족스럽다. 처음으로 산 새 차이다보니, 최신 기능들이 탑재되어 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성능이 좋다.
지난 주말에 시카고 영사관에 다녀왔다. 국적상실신고를 위해서다. 아이들이 한국 출입국 시에 혹시나 있을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 하나. 그 다음은 나를 위한 것인데, “우수인재 복수국적” 제도를 통해 대한민국 국적을 회복하기 위해서다. 2011년 부터 시작된 제도라고 하는데, 모르고 있었다. 대한민국 국적법에 다르면 미국시민권 취득 후에는 대한민국 국적이 자동상실되지만, 한국 내 주민등록을 정리하기위해서 국적상실 신고를 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국적’상실’이란 말에서 오는 심리적 거부감도 있고, 굳이 신고를 해야할 필요성도 느끼지 않아 미루고 있었다. 하지만 아들이 일 때문에 한국출장을 가야할 경우도 생길 것 같아서, 더 이상 미루지 않고 상실신고를 했다. 상실신고서는 본인이 직접 작성해야 하지만, 신고는 아버지인 내가 해도 되도록 되어 있다. 다만, 우편신고는 불가능하고 영사관에 직접 방문해서 신고를 해야 한다. 영사업무 담당자에게 미국여권과 미국 시민권 원본을 가져가서 직접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서류를 잘 챙겨간 덕분에 간단히 접수가 끝났다.
17년을 함께한 야구화. 지난 번 연습 때, 밑창이 떨어져 나갔다. 너덜 너덜해져버린 밑창 때문에 연습도 중간에 접고, 집으로 와야 했다. 오랜 시간 함께한 야구화라, 애착이 깊다.
낡은 야구화를 보아온 함께 야구하는 친구가, “형, 이제 보낼 때가 되었어요.” 한다.
작년에도 한 차례 수리를 했었는데, 수리한 쪽인지 다른 쪽인지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보낼 때가 되었나보다. 잘 가라. 함께해서 행복했다.
떨어진 야구화를 본 큰 아들이 아버지 날 선물로 신발을 사주겠다고 했다. Dick’s라는 운동 용품점에 들러서 야구화를 몇 가지 구경했는데, 딱히 마음에 드는 것이 없다. 전에 신던 것처럼 발목이 좀 높은 걸 찾았는데, 딱 한 가지 종류 밖에 없고, 내 발 크기에 맞는 것은 찾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와, Amazon을 뒤져서, 비슷한 디자인이지만 내 발 크기에 맞는 걸 찾았다.
따로 시간내서 산책하는 것보다, 버스 정류장까지 산책삼아 걸으면 운동도 꾸준히 되고, 시간 맞춰 생활하는데도 도움이 될까 해서, 특별한 일이 없으면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하고 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버스 정류장은 걸어서 20분. 내가 이용하는 정류장은 도보로 30분 걸린다. 퇴근할 때는 학교 안에 있는 산책로를 통해서 버스 정류장까지 이동하면 25분에서 30분 소요. 하루 산책 거리로 딱 적당하다.
하지만 버스 이용이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이 버스 옆 면에 F.A.S.T (Frequent, Affordable, Safe, Transit) 라고 써있는데, 이용자 입장에서 보면 어불성설.
내가 이용하는 210번 버스의 배차 간격이 두 시간인 걸 생각하면 저 “Frequent”라는 것의 기준이 국제선 항공편이라도 되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요금은 한번 타는 데 2불. 하루 이용권은 5불. 출퇴근에 4불인데, 비싼 것은 아니지만 이용객의 면면을 보면 그렇게 싸보이지도 않는다.
이 버스 회사에서 제공하는 모바일 앱이 있는데, 내가 이용하는 210번 버스는 나와 있지도 않아서 위치 확인도 되지 않는다.
가끔 버스가 오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배차 간격이 두 시간이니, 최소 두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작년에 다른 노선을 이용할 때는 늘 막차를 탔었는데, 오지 않는 경우도 몇 차례 있었다. 이런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Uber나 주변에 도움을 청할 수 밖에 없다.
다음 월요일부터 운행시간이 변경된다는 공지는 있는데, 어떻게 변경된다는 공지는 없다. 월요일 아침에 버스를 이용해야하는 이용자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답답할 따름이다.
이처럼 대중교통 같이 공공 성격의 서비스의 질이 무척 낮은 것 같은데, 안타깝지만 이런 사람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길은 없어보인다.
정책 입안자들이 이런 현실을 알기는 할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나조차도 버스를 실제로 이용해보기 전까지는 이용객도 별로 없어보이는데 번듯한 버스가 다니는 것을 보고, 쓸 데 없는 세금 낭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