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위기인가 기회인가

친위쿠데타 실패로 인해, 현직 대통령이 탄핵 소추될 처지가 되자, 보수의 소멸, 위기를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보수가 소멸 위기에 빠진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보수가 새롭게 태어날 기회가 되었다 말하고 싶다.

흔히 보수정당의 뿌리로 이승만의 자유당을 생각하는데, 5.16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가 만든 민주공화당이 그 뿌리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4.19혁명으로 역사적 심판을 받고 사라진 당을 자신들의 뿌리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긴 하다. 그 이후, 전두환의 민주정의당, 삼당합당으로 만들어진 민주자유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으로 이어지다가 현재의 국민의 힘까지 이르고 있다. 김영삼을 시작으로 소위 문민정부가 되면서 애초의 군사반란 세력의 당이라는 색채가 많이 옅어지긴 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뿌리라고 생각하는 정당은 4.19 혁명으로 새롭게 세워진 장면 내각의 민주당이다. 이 민주당은 흔히 알려진 바와는 달리, 철저한 반공주의 보수 우익 정당이었다. 자유당 탈당파를 포함한 여러 계파가 모여서 창당한 당이며, 이승만 정부 하에서 초대 농림부 장관으로 농지개혁을 주도했던 조봉암을 ‘사상이 의심스럽다’면서 배제할만큼 보수 우익 정당이었다. 5.16쿠테타로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해산당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건강한 보수정당을 자리에 위치하게되고, 국민의 힘과 같은 내란동조 세력은 소수 정당이 되는 날, 우리에게도 진정한 의미의 진보 정당이 나타날 수 있게 될 것이다. 정치적 의견이 다른 상대방을 처단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세력이 국정의 한 축으로 존재하는 한, 진보와 보수의 건강한 경쟁이란 있을 수 없다.

민주당이 진정한 의미의 보수로 자리매김하는 것이야말로 건강한 보수가 재탄생하는 일이니, 이번 탄핵이 완성되면 보수가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보수가 탄생하는 것이다.

비극은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말아야 하나

참담한 비극, 그것이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이고 게다가 그 비극을 참극으로 키운 것이 정부의 잘못된 대처에서 온 것이라면 이 참극에서 오는 깊은 슬픔과 분노를,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에 쓰기 위해 “정치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슬픔을 삭히고 분노를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문제를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해도, 그것을 실행할 동력이 없으면 그 분석은 부질없는 짓이고 대책은 쓸데가 없다.
이미 비리의 정교한 톱니바퀴들이 얽혀서 돌아가고 있는 곳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거기서 나오는 이득과 편리를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나눠먹고 있기 때문에 이 시스템은 왠만해선 무너지지 않는다. 그걸 쌓으려고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과 돈을 들였는데 쉽사리 부순단 말인가. 그 시스템 내부의 힘은 절대 그걸 무너뜨리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
선주들은 배의 원령제한을 없애기 위해 오래동안 로비를 해온 것은 이미 알려진 바이고, 민간구난업체가 재난현장에 불려나와 사업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한데, 법 개정을 위해 또 얼마만큼의 노력이 들어갔을 것이며, 퇴직한 해경간부나 해수부 출신 고위공무원들이 취업할 회사와 단체들을 조직하고 만드는데 또 얼마만큼의 노력이 들어갔을 것인가. 이 거대하고 정교하게 설계된 비리의 구조체는 해난 사고를 당한 승객을 제외하고는 모든 관련된 사람들에게 이득을 가져다 주는 시스템이다. 이것이 한번의 사고로 와해되리라 기대하는 건 헛된 희망에 지나지 않는다.
세상을 바꾸려면 힘이 있어야하는데, 형식적으로나마 정치적으로 민주화된 사회에서 세상을 바꾸는 거의 유일무이한 힘은 “정치”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슬픔과 분노에서 오는 동력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은 “가만히, 그대로 있어라”하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비극은 그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려면 철저하게 정치적으로 이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까운 현실은 이 동력을 받을 정치세력이 한국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 보인다는 점이다.

성명서 발표에 동참

세월호 관련해서 미국에 있는 학자들이 성명서를 발표한다는 소식을 듣고, 동참하기로 하다.

http://sewolscholars.weebly.com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믿은 300명 넘는 아이들을 산채로 수장시키는 걸 목격하고서도 “가만히 있으”면 큰 죄를 짓는 것 같았다.

당장 세상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내가 있는 곳에서 작은 것들을 실천해 나가기로 하다.

  • 독립언론에 후원금을 보낸다. 뉴스타파에 보냈다.
  • 뉴욕타임즈 전면 광고 운동에 기부금을 보냈다. 
  • 안산 학생들 집회에 필요한 김밥 후원에 참가하다.
  • 성명서 발표에 서명한다. sewolschoalrs에 서명했다.

세월이 수상하니 이런 일조차 권위주의적 정부의 눈치를 봐야할 지경이 되었다. 더 이상 방관하다간 세상을 이렇게 만든 공범이 되어버릴 것 같아, 작은 정성이나마, 작은 용기나마 내어본다.

망각

아이들이 가득 탄 배 한척이 가라앉았다. 적어도 아직까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권한이 없는 사람이 책임을 진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정작 권한이 있는 사람은 아래사람만 다그친다. 권한을 넘겨주지 않고 책임만 물어서는 아무도 움직이지 않고, 아무도 결정내려주지 않는다. 그 사이 배에 탄 사람들은 수장되었다.
핵 발전소 같은 데서 사고가 나면 어떨까? 지금같아선 나라를 아예 거덜내지 않을까 걱정이다. 시험에 통과하지 못한 불량 부품을 썼는데, 성능에는 이상이 없다고 원전은 그냥 돌아간다. 성능에 이상이 없는데 그럼 애초에는 왜 불량 부품이라고 부르는거지. 이상하다. 원전마피아들끼리 서로 서로 뒤를 봐주느라 원전의 안전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해수부마피아는 가라앉는 한 배의 승객들만 죽이지만, 원전마피아는 훨씬 많은 불특정다수를, 한반도의 광범위한 부분을 죽일지도 모른다. 다시 사람이 살 수 있으려면 수백년이 더 걸린다고 하는데. 원전 안전도 한동안 씨끄럽더니 또 유야무야하는 것 아닌가 싶다. 언제나처럼. 책임자는 처벌받았는지, 문제는 해결되었는지, 관련입법은 마련되어 국회를 통과했는지 나만 모르는 것이길 바랄 뿐이다.

선동

어떤 이는 정의로운 분노가 ‘선동’되기 쉽기 때문에, 자신은 냉철하게 사태를 수습할 방도를 고민해보겠다고 한다. 냉철하게 사태 수습의 방도를 찾을 사람은 대통령을 비롯한 국가운영을 한시적으로 위임받은 사람들이 할 일이다.

우리들이 해야할 일은 슬퍼해야할 일에 슬퍼하고, 분노해야 하는 일에는 분노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슬픔과 분노가 미래의 아이들을 지킬 아무런 변화도 만들어내지 못하고 사그라들지 않도록, 슬픔과 분노의 힘을 정치적으로 조직해야 한다. 또다른 미래의 아이들을 산 채로 수장시키지 않으려면 말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선동이라면 그 선동은 당연히 해야 하는, 꼭 필요한 것이다.

“지금은 슬퍼하고 분노하며 그 슬픔과 분노를 정치적으로 조직해야 할 때다. 그렇게 조직화된 정치적 힘으로 대한민국을 완전히 새롭게 개조해야 한다. 세월호 침몰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대한민국도 세월호 신세가 될 것임을 알리는 징후적 사건이다. 침묵과 회개는 박근혜를 위시해 세월호 사태에 책임 있는 자들 모두의 몫이어야 한다.”

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 하나님은 어디에?
세월호가 가라앉은 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배 안에 갇힌 사람들의 생환을 위해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던가? http://huff.to/1j5A5AZ

국정원의 선거 개입과 NLL 문제

국정원의 선거개입 사건과 NLL 문제는 아무 관련이 없는 사건인데, 요즘 뉴스를 보다보면 이 둘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같이 보인다. 이 두 사건이 마치 고리로 연결된 것처럼 같이 다뤄지니 하는 말이다. 요즘 유행하는 Big Data 분석 기법을 이용한다면 상당한 상관관계를 가진 것으로 나타날 게 분명하다. 이상한 일이다.

NLL문제의 핵심은 “그래서 어쩔건데…”다. 여당의 주장을 다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이미 돌아가신 분의 무덤을 파헤쳐서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일이고, NLL 포기 발언이 있었건 없었건 지금 와서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이후 협상이 틀어져 NLL관련 합의 사항은 아무짝에도 쓸모없게 되어 버렸다. 집권여당에서는 지난 정상회담에서 NLL 포기발언이 있었다고 강변하는데, 백번 양보해서 그런 일이 있었다고 인정하더라도 그걸 파헤쳐서 우리에게 해가 되면 해가 되었지 이득이 될 일은 만무하다. 우리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NLL을 포기했다고 확인해주면 향후 북한과의 협상에서 득이 될 일은 없는 게 아닌가. 이 문제로 지지고 볶고 해도 아무 짝에 쓸모 없는 일이다.

국정원의 선거개입은 국가정보기관이 선거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건이다. ‘설’도 아니고 이미 경찰과 검찰 조사 결과 선거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것이 밝혀진 건이다. 이전 국정원장과 이전 정부에서 일어난 일이니 조사해서 관련자를 처벌하고 재발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그만이다. 이 건으로 왈가왈부 할 일도 없으려니와 진작에 법대로 처리했으면 이미 모두 정리되었을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