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교수 채용을 위한 전화 인터뷰

우리 과에서 새로 교수를 뽑고 있다. 내가 일하는 과를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전기 컴퓨터 공학과” 쯤 되는데 그 중에서 전기 분야 쪽으로 조교수를 채용하려고 하는 중이다. 작년에 위원회가 결성되었고, 나도 위원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지난 연말부터 공고에 들어가서, 올 초부터 위원회는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많은 지원자 중에 최종적으로 열명 남짓한 후보자를 골라냈다. 그 중 절반의 후보자들을 상대로 오늘, 전화 인터뷰에 들어갔다. 
전화를 걸기 시작하니 마치 내가 지원자가 된 듯 살짝 긴장까지 되었다. 한 때 지원자로서 전화 인터뷰에 응했던 때가 갑자기 떠올라서일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경력과 실적을 가진 분들이 많았는데, 내 개인적으로 인상깊게 본 것은 많은 분들이 상당기간 박사후과정을 하고 있거나, 3~4년의 박사후과정 후에 회사에 취업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이분들과 비교해본다면 졸업 후 곧바로 학교로 오게된 나는 정말이지 운이 좋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 위원회에서 후보들의 순위를 매겨놓았는데, 대체로 그 순위안에서 상위에 들어가는 분들이 인터뷰 준비도 철저히 했고, 우리 학교에 대해서도 공부를 많이 해 놓은, 그러니까 인터뷰 준비가 잘 된 분들이란 것이다.
위원회의 여러 위원들이 의견을 여러차례에 걸쳐 모으니 확실히 좀 더 객관적이게 되는 것 같다. 상위에 올려진 분들이 대체로 무난하게 인터뷰를 진행하셨기 때문에 원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결과가 나올 것 같다. 물론 약간의 변동은 있을 수 있겠지만 후순위 분이 위로 많이 치고 올라오기는 힘들 지 않을까 싶다. 후보자 입장에선 전화 인터뷰의 특성상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아서 안타깝겠지만, 짧은 시간 관계 상 특별한 결격사유가 발견되지 않고 무난하게 인터뷰가 진행되는 경우, 원래 우선 순위가 유지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위원 개인별로 특성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겠지만 어차피 세 명의 온사이트 인터뷰 후보자를 최종적으로 골라내야 하기 때문에 상위 다섯 명 중에서 골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후보자 중의 두 명의 한국인 지원자를 내가 위원 자격으로 후보로 추천하고 다른 위원분들의 동의 하에 최종 후보 목록에 올렸다. 한국 분이 오신다면 나로서는 크게 힘이 될 수도 있을 것 같고, 지원자로서의 애타는 심정을 잘 아는 나로선 한 분이라도 더 기회를 드리고 싶기도 했다.
여기 후보들 중에 한분이 최종적으로 우리 학과로 오게된다면, 돌이켜보면 작은 우연들이 겹치고 겹쳐서 어떤 한 개인에게는 인생의 전환점으로 될 수도 있다는 것인데,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이런 것들이 점점 더 신기하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하다.

미국 공대 교수 지원 – 3

오늘은 전화 인터뷰에 대해서 간단히 정리해본다. 아래 내용은 일전에 후배의 질문에 이메일로 답했던 것을 정리한 것이다.

인터뷰어나 학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내 경험을 중심으로 얘기해보겠다.
1. 먼저, 해당 학교와 학과에 대해서 조사를 한다. 학교의 vision이나 학과 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미리 공부해 두어야 한다. 인터뷰 답변 때 중간중간 에 슬쩍 슬쩍 넣어주면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왜냐하면 우수한 지원자 의 경우에 많은 곳에 지원하고 여러 군데에서 인터뷰 요청을 받는 경우도 많 기 때문에 지원자가 진짜 이 학교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아보 는 것도 중요하다. 최종 합격 하고 나서 다른 학교로 가버리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그저 한번 지원해보는 것인지 정말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인지도 학교 입장에선 중요한 문제가 된다. 
2. 자기의 장점과 단점을 미리 잘 정리해둔다. 특히 단점의 경우에는 질문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내 경우는 TA 경력도 없고 teaching에 대 해서 아무런 경력이 없어서 teaching에 대해 남다른 열정이 있다 는 점을 ‘가족사(?)’를 예로 들어가며 만회하려고 했었다. 물론 장점을 부각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점은 이미 지원서에 잘 나와있는 경우이고 그래서 전화인터뷰 까지 간 것이니, 장점도 장점이지만 혹시라도 단점으로 생각될만한 것이 있다면 현명한 답변을 준비해 놓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다.

3. 학과의 교육과정과 과목에 대해서 살펴보고, 자신이 가르칠 수 있는 과목들에 대해서 미리 생각해 둔다. 물론 새로 자신이 개설할 수 있을만한 과목이 있다면 그것도 생각해 두는 것이 좋다. 특히 학부중심 대학의 경우에 연구능력도 능력이지만 가르치는 능력이 아무래도 연구중심 대학들보다는 중요하게 생각되므로 학부중심 대학 또는 이른바 teaching school에 지원하는 경우에는 이 부분에 신경을 써서 준비하는 것이 좋다.

4. 예상질문을 찾아서 예상답변을 미리 마련 해 놓고 연습한다. 간단한 자기 소개부터 시작할 수도 있는데 이런 경우 진짜로 ‘간단히’ 소개하는 것보다는 자기 강점을 소개할 기회로 이용해야한다. 왜냐면 간단한 인적사항은 이미 지원서에 다 나와있으니 굳이 되풀이 할 필요는 없다. 강조할 만한 배경이 있다면 강조하한다.  나 같은 경우는 회사 경력이 좀 오래된 편이라 그게 좀 도움이 될까해서 이걸 강조했었다. 자기가 왜 이 학교에 지원했는지 이 학교의 어떤 점이 나에게 마음이 들었는지 등등.. 준비된 지원자라는 느낌 을 주는 것이 좋다.

영어를 아무리 잘 하더라도 즉문즉답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아무래도 조리있게 답변하려면 미리 예행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터뷰를 하는 교수들 입장에서도 질문할 내용을 생각해 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서 예상질문리 스트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스피커폰으로 여러 명의 인터뷰어가 질문을 할 수도 있다. 크고 자신 있게 대답하는 것도 중요하다. 저희 학교에서도 인터뷰를 봐보신 교수님 께서 말씀하시길 전화인터뷰를 해보면 많은 경우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대부분 그대로 탈락이다. 질문을 잘 못 들었으면 당당하게 다시 물어보고 대답하면 된다.

5. 영어 문제. 한국 학생들의 경우 영어문제에 지나치게 주눅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다. 좀 과격하게 얘기한다면 발음이나 완벽한 영어문장 구사 같은 것에 너무 신경쓰지 않으셔도 된다. 영어 잘하는 사람을 뽑고 싶었으면 그냥 미국사람을 뽑을테고 그렇다면 유학생들에게 기회가 오기 힘들텐데, search committee에 있어봐도 지원자들 대부분이 미국에서 학부를 졸업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지금 있는 학교에 온 후로 다른 신임교수 임용 때 인터뷰를 해 보거나 연구주제 발표하는 걸 봐왔는데, 영어가 크게 걸림돌이 되는 경우는 못 봤다. 문법에 맞지 않는 영어 문장을 계속 구사하는데도, 발표 후에 우리끼리 있는 자리에서, 그 지원자에 대해 아주 좋은 평가를 하는 걸 봤다. 어차피 몇 주 안에 갑자기 안되던 영어를 되게 할 수는 없다. 인터뷰어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서는, 영어에 대해서 약간은 대책없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다음에는 온사이트(on-site) 인터뷰에 대해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