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대 교수 지원 – 4

이번에는 온사이트(on-site) 인터뷰에 대해서 간단히 정리한다.

회사에서 하는 온사이트 인터뷰와는 좀 다르게 학교의 경우에는 일단 학교 쪽 에서도 뽑고 싶은 마음이 있는 꽤 있는 상태라고 보면 된다. 학교입장에서는 다음 학기부터 이 교수가 필요한 입장이기 때문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최종 후보 몇 명 (보통 2~3명) 중에 한 명을 뽑게 된다. 경쟁력이 있는 지원자의 경우에는 여러 학교를 동시에 인터뷰를 보거나, 이미 offer를 받아 놓은 게 있거나 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학교 쪽에서도 최종 후보 중에 한명을 고르는 입장이기도 하지만 최종 후보들의 마음에 들어서 그 중 한명이 최종적으로 자기들 학교의 offer를 받아들였으면 하는 그런 마음 상태라고 보면된다.

온사이트 인터뷰에서는 그 학과의 다양한 교수들을 만나게 된다. 도착하는 날 저녁 식사가 잡혀있을 수 있는데, 이것도 인터뷰의 일부라는 걸 잊어선 안된다. 이런 저런 질문을 하는데 학교와 학과에 대해서 좀 자세히 공부해 가시면 대화할 때 도움이 된다. 식사를 하면서 이런 저런 대화를 하다보면 인성이 보이기 마련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다음 날 점심 식사도 몇 몇 교수들과 함께하게 되는데, 역시나 인터뷰의 연장이란 것 잊으면 안된다. 질문 중에 예를 들어 왜 우리 학교에 오려고 하냐는 이런 식의 질문을 할 수도 있는데, 물론 인터뷰를 보자고 했으니까 왔지만, 뭔가 좀 설득력 있는 대답을 준비하는 게 좋디. 이런 저런 점들이 딱 내 마음에 들었다 하고 구체적인 답변이라면 더욱 좋다.

어떤 과목들 가르칠 수 있느냐고 학과장의 경우에는 물어볼 수 있 는데, 적극성을 보이는 게 좋지만 아무거나 다 할 수 있다라고 하는 것보다는 다 가능한데 이런 이런 과목들은 내가 더 잘 가르칠 수 있겠다 하는 식의 대답이 좋다. 그러니까 학과 커리큘럼이 같은 걸 미리 한번 훑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온사이트가 끝나고 나면 교수들에게 채점지 같은 게 돈다. 인터뷰를 직접 하지 않고 프리젠테이션만 본 교수들도 할 수도 있다. 대개는 그 점수를 합산하게 되니까, 직접 인터뷰한 교수들 뿐만 아니라 만나게 되는 모든 교수들 에게 최선을 다하는 게 좋다.

너무 고집이 세어 보이거나, 자기 주장이 지나치게 강하거나, 너무 차갑게 보이거나 해서 같이 일하면 피곤하겠다는 느낌을 주면 아무리 연구능력이 뛰어나도 교수들이 꺼려할 수 있다. 특히 아주 큰 연구 중심 학교가 아닌 경우는 이런 경향이 조금 더 강한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무튼 너무 저자세도 아니고, 그렇다고 너무 고자세도 곤란하고 자신감 있어보이면서도 다른 사람과 잘 융합할 것 같은 그런 모습 이 적절하다.

미국 공대 교수 지원 – 2

자, 그렇다면 지원 과정에 대해 알아보자.

어떤 학교를 지원할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자기 자신을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그저 그런(?) 학회 논문 몇편 갖고는, 당연한 얘기겠지만, 연구중심 대학은 언감생심이다. 자신이 졸업한 학교와 연구실의 명성도 고려대상이다. 물론 눈에 띄게 뛰어난 연구실적을 갖고 있다면 예외겠지만, 그저 그런(?) 대학원에서 학위를 받았다면 100에 99이상은 뛰어난 연구실적을 갖긴 힘들다. 이건 개인적인 능력의 여부를 떠나서 그렇다는 말이다. 학교 수준에 따라서 수행했던 연구의 규모나 수준이 차이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쉽게 말해 US News and World Report 같은 곳에서 내는 대학원 전공별 순위로 생각한다면 아래 쪽 학교에서 학위받아서 그 위로 가기는 쉽지 않다는 말이다.
자, 이렇게 자신의 수준을 먼저 냉철하게 파악을 한다음, 해야할 일은 모집공고가 난 학교의 학과를 아주 살펴보는 일이다. 최근에 임용된 assistant professor 교수들의 출신학교나 임용되기 한 해 전까지의 논문실적을 살펴보면 대체로 답이 나온다.
처음에는 이런 과정이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하다보면 이력이 나서, 이내 어떤 대학이든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학과 홈페이지도 귀신같이 빨리 찾아내게된다. 
개인적인 경험을 얘기하자면, 졸업 하기 전 해 여름까지도 직장을 알아보고 있었던 나는 학교에 지원하기위해 필요한 아무런 준비도 해 놓은 것이 없었다. 논문 실적도 보잘 것 없었고 다른 특별한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부랴 부랴 이것 저것 준비를 시작했는데 그렇다보니 시작부터 눈높이를 낮추어 큰 주립대 시스템에 속해 있는 작은 캠퍼스를 집중적으로 공략해 보기로 했었다. 

몇 군데나 지원할까?

자기 수준과 지원 가능한 학교들 수준이 어느 정도 파악이 되었다면, 모집 공고가 난 학교들 가운데, 가능하면 많이 지원하는 것이 좋다. 학교 쪽에서 원하는 분야와 차이가 나더라도 상관없다. 우리 과에서도 올해 새로 신임교수를 뽑을 예정으로 지원서를 받고 있는데, 일차로 지난 연말에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훑어볼 기회가 있었다. 적게 잡아도 2/3 이상은 우리가 공고한 모집 분야와 상관없는 사람들이다. 이런 지원서는 대체로 그냥 걸러질 가능성이 높지만, 지원자 입장에서는 자기가 미리 걸러서 보낼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요즘은 거의 웹에서 파일 업로드를 통해 지원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우편요금도 들지 않으니, 굳이 자기가 너무 까다롭게 거를 필요가 없다. 대신 Cover Letter를 잘 쓰는 것이 중요하다. 모집 분야가 자기 경력이나 전공분야와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다면 어떻게라도 엮어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나는 어떤 주라도 상관없고, 티칭 스쿨도 상관없다는 생각이어서 Computer Science와 Computer Engineering 분야로 나온 거의 모든 학교들에 모집세부전공분야와 상관없이 지원했다. 주를 대표하는 연구중심 대학들은 지원하지 않았고, 주로 작은 주립대들과 박사과정이 없는 사립대들을 지원했다. 80군데 정도 지원을 했는데, 마침 금융위기가 한창 때였던지라 많은 학교들이 모집공고를 취소해버리는 바람에 많은 학교들은 지원자체가 취소되었다.
내가 참고했던 어떤 미국인의 지원기를 봐도 100군데 이상 지원하면 잘 해야 5군데 정도에서 전화인터뷰 요청이 온다고 했으니, 전화 인터뷰까지 가기도 쉬운 일은 아닌 게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