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고 버리기

자랄 때는 무엇이든 부족하다고 느꼈다. 이것으로 변명이 되지는 못하겠지만, 물건을 버리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다. 아내 덕분에 그래도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무엇인가 버리려고 하면 항상 주저하게 된다. 반듯하게 생긴 빈 상자를 버릴 때도 힘들다. 잘 챙겨두면 어딘가 꼭 쓸데가 있을 것만 같아서다.

이렇다보니 잠시만 방심하면 주변이 물건으로 넘쳐난다. 나름 정리한다고 하는데도 연구실에는 물건들이 쌓여간다. 올 초였던가, 작심하고 그동안 꾸역 꾸역 갖고 다니던 책과 잡동사니들을 모두 모아서 내 실험실로 옮겨버렸다. 보관할 공간을 찾으니 차마 버리지는 못하겠더라.

요며칠 한국 여행을 다녀와서 연구실에 앉아서 일을 하다보니, 다시 이곳 저곳에 물건들이 쌓여가고 있다. 생각난 김에 전에 챙겨두었던 folder들도 내다놓고, 일년에 몇 번 쓸까말까한 책상위 전등스탠드도 치워버렸다. 아직도 치워야 할 것들이 많지만 이제 시작이다. 버리고 비우는 연습이다.

주말에는 집 정리를 할 생각이다. 이사와서 한번도 정리하지 않은 내 공부방의 closet을 정리할 생각이다. 아내의 조언을 따라 버릴 것들은 과감하게 버리자. 정말 아깝다고 생각되면 잘 정리해서 보관하기 편리한 형태로 작은 garage에 갖다두자. 해가 지나도 용도가 없다면 그때는 미련없이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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