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2월말

지난 몇 주는 여러 가지 일이 한꺼번에 닥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벌여놓은 일이 많아 한번은 터지지 싶었는데, 바로 그런 상황이 벌여졌었다.

  1. 중간고사 성적처리
  2. 밀린 실험과제 채점하기
  3. 후배와 하는 과제에서 결과내기
  4. 제안서 준비해서 내기
  5. 책쓰기 (세번째 장 마감)
  6. 신임교수 임용 관련 회의/인터뷰
  7. 동료교수와 함께하는 프로젝트 관련 회의/진행
  8. 새로 가르치는 과목 수업준비
  9. 이번 봄과 여름 우리 집에 방문하시는 어른들 일정 확정/항공권 발권
이렇게 몇 주를 후다닥 보내고 나니 벌써 2월말이 되었다. 한국같았으면 봄맞이가 슬슬시작되었을텐데, 미시간은 아직도 한겨울 속이다. 이번 주말부터 다시 온도가 많이 내려간다는 예보다.
주변 사람들 도움 덕분에 그래도 빵구낸 일정은 아직 없고, 이번 주말까지는 쓰고 있는 책의 세번째 장을 마감하는 일만 남았다.
작년에 아버지 건강문제로 다른 일정을 잡지 않고 일종의 ‘대기’ 상태로 있었던 덕에 아무래도 일을 많이 못했다싶은 생각이 들어서인지 작년말부터 너무 많은 일을 벌여놓은게다. 이제부터 정리해 나가면서 더 이상 일을 벌이지는 말아야지.
몸으로 때워나기기에는 이젠 몸이 그야말로 예전(?)같지가 않다.

책 쓰기

Visualization Toolkit 관련된 책을 쓰기 위한 준비를 오늘부터 시작했다. 지난 해 12월 27일,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장 별로 마감일자가 따로 있긴하지만 전체 초안 마감일자는 6월 2일이다. 예정된 날짜에 원고를 마치면 약간의 보너스가 주어진다. 원고료 자체는 많지 않다. 하지만 책의 성격 상 한해 반짝 팔리고 말 것이 아니라 적게라도 꾸준히 팔릴 가능성이 있어, 한동안은 용돈벌이 정도는 될 것이라 생각한다.

또, 이렇게 길을 뚫어놓으면 다른 기회가 더 올 수도 있는 일이고.

학기 중에 수업과 병행하기에는 사실 조금 부담이 가는 작업량이 될 것 같아 출판사 쪽에 구두로 약속은 해 놓고, 사실은 한참을 망설였다. 하지만, 힘들더라도 이렇게 기회가 왔을 때 해야한다싶어 조금 무리가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하지만 시작하기로 용기를 냈다.

아침 산책

새해 결심의 하나인 “일찍일어나기”를 실천하기 위해, 아침 산책을 시작했다. 아직은 7시가 넘어도 해가 뜨지 않기 때문에 6시가 조금 넘은 시각, 집을 나설 때 아직도 사방은 어둡다.

지난 며칠은 나 혼자 산책을 했고, 오늘은 드디어 아내도 동참했다. 추운 날씨 덕에 눈이 녹지 않은 길은 걷기에 조심스럽다. 일부러 가끔씩 눈밭으로 걷기도 하고, 아내와 두런 두런 아이들 이야기도 하고 걸으니 산책길이 한결 덜 지루하다.

“열정을 습관화하라.” 지난 연휴에 유튜브에서 우연히 본 비디오에 나온 말이다. 누구나 꿈을 갖고 있고, 꿈을 이루기 위한 열정이 있다. 하지만 잠깐 불타오르고 말아서는 아무 것도 이뤄지지 않는다. 그 열정을 습관화하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슬럼프에 빠졌을 때 그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여러가지 활동들을 습관화하는 일이다. 아침 산책이 그 첫번째 시도가 될 것 같다.

새해 결심

2012년 마지막 날 밤에 가족이 모두 모여 하는 몇 가지가 있다.

  • 개인적으로 좋았던 일 다섯 가지와 나빴던 일들 몇 가지.
  • 책을 가장 많이 읽은 사람에게 상 주기
  • 새해 결심

먼저, 좋았던 일 다섯 가지.

  • 여름에 한국에 다녀오다. (형제들과 함께 골프치다, 어머니와 시간 많이 보내다).
  • 월급 외에 적지 않은 돈을 벌다.
  • 빚을 모두 갚게 되다.
  • 영주권을 받다. 국민연금 환급 받다.
  • 야구를 다시 시작하다.
안 좋았던 일들.
  • 아버님이 돌아가시다.
  • 내 건강이 많이 안좋아졌다. 

그리고, 올 한 해 나의 결심은 다음과 같다.

  • 하루에 30분 이상 운동하기
  • 6:00에 일어나기
  • 한 달에 한 번 가까운 곳이라도 가족 여행하기
  • 하루에 최소 5쪽 이상 책읽기
  • 블로그 규칙적으로 쓰기

영화 – 레미제라블, 링컨

연말 연휴동안 두 개의 영화를 봤다.
“레 미제라블”과 “링컨”

“레 미제라블”은 아주 오래 전 한국에서 뮤지컬로 본 적이 있다. 겨울이었던 것 같은데 따뜻한 실내에 앉아 들리지 않는 영어에 집중하느라 피곤에 지친 뇌가 잠시 휴식을 취하느라 잠깐 잠이 들었었다. “레 미제라블” 뮤지컬 얘기가 나올 때마다 아내는 나보고 이런 걸작 뮤지컬을 보러가서 잠잔 인간이라고 사람 취급을 안해줬었다. 1부는 그럭저럭 놓쳐버렸었고 인터미션 이후에 2부는 그래도 제대로 봤다. 환상적인 무대연출은 지금껏 잊혀지지가 않고 마지막 부분의 바리케이트 장면에선 80년대가 떠올라 울컥하기까지 했다. 
좋은 기억으로 남겨진 뮤지컬과 지금 본 영화를 비교하는 것이 공정하지는 않지만 뮤지컬이 한 세 배쯤은 더 좋았던 것 같다.

아무튼, 영화를 보고와서 배경이 된 프랑스 시민 혁명에 대해 궁금해졌다. 루이16세의 목을 쳤던 프랑스 대혁명 이후에도 7월 혁명, 2월 혁명 등 몇 차례 시민 혁명이 더 있었고 그 때마다 목숨을 잃은 사람이 최소 몇 만명 단위다. “레 미제라블”의 배경은 그 중 7월 혁명인 듯 하다. 시민의 권리를 그때마다 피를 쏟아 얻어낸 프랑스는 가히 혁명의 나라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를 돌아봤다. 프랑스 대혁명 때, 조선은 정조말기다. 1800년에 정조가 갑작스럽게 죽고나서는 대원군 집권이전까지 세도정치가 이어진다. 그 이후론 일제강점기를 지나 남과 북에 공화국에 들어서긴 했지만, 시민들이 싸워서 얻어낸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보통선거는 어떤가. 이 또한 주어진 것이지 피로서 얻어낸 것이 아니다. 4.19로 독재자를 권좌에서 물러나게 했지만 그 죄를 단죄하지 못했다. 6.10항쟁으로 직선제를 얻어내긴 했지만 군사정권을 시민의 힘으로 몰아내지 못했다. 죽은자들은 차가운 땅에 누워있는데 학살자들은 천수를 누린다.

어쩌면 우리가 당연히 누려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아직은 우리들에게 과분한 것들인지도 모르겠다.

벌써부터 절망 속에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프랑스의 예를 보더라도 때론 반혁명에 역사가 거꾸로 흐르기도 한다. 하지만 굽이치는 강물처럼 작은 물길들이 합쳐지면서 결국은 바다에 다다르기 마련이다. 길게보고 희망을 노래해야 할 때 인 것 같다.

“링컨”은 “Team of Rivals: The Political Genius of Abraham Lincoln”라는 책을 원작으로하는 영화로 노예제도를 영구적으로 페지하는 수정 헌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링컨을 그렸다. 
정치란 더럽고 추잡스러운 것이라 손가락질 하면서 정치에 무관심한 것이 ‘쿨’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내 일상을 가장 광범위하게 규정하는 것이 정치를 통해 만들어지고 강제된다는 점을 잊으면 안된다.
영화에서 링컨은 때론 비열한 방법을 동원해가며 수정법안 통과에 필요한 득표를 모으기 위해 민주당 의원들을 ‘포섭’해간다. 결국은 수정 헌법을 통과시킴으로써 노에제도를 영구히 폐지시키게 된다. 
정치란 것이 선의로만은 되는 것은 아니라는 문재인 후보의 말이 생각난다. 선한 의지와 진심은 그 자체로는 정치의 장에서 완전한 역할을 할 수 없다. 링컨을 권모술수에 능한 정치꾼이라 폄훼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정치란 자신의 의지를 100%관철 시키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타협해서 의지의 일부라도 관철시켜 나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건강

라스베가스와 애틀란타 다녀온 이후로 몸 상태가 더 안좋아 진 것 같다. 조금이라도 급히 먹었다 싶으면 영락없이 체기가 느껴진다. 이렇게 계속되다간 정말이지 몸에 큰 탈이라도 날 것만 같다. 컴퓨터 작업도 거의 하지 않았는데 왼쪽 어께도 결리기 시작했다. 전체적으로 몸 상태가 안 좋아지니까 여기 저기 약한 부분에서 신호를 보내오기 시작하는 것 같다.

새해부터 시작하는 겨울학기에는 어느 때보다 바쁜 학기가 될텐데 일을 또 하나 벌여놓았다. 책을 쓰기로 하고 계약서에 서명을 해서 보내버린 것이다. 계약을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그 스트레스가 점점 더 쌓여갔던 것 같다. 일을 자꾸 쌓아두다보니 계속 생각하고 되고 그것 때문에 다시 또 스트레스 받고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게다가 내 자신이 마치 테뉴어를 받은 교수마냥 축 처져있다. 아직 갈 길이 먼데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있다.

아내 친구의 조언처럼, 박사 공부할 때 스트레스가 하나의 트라우마처럼 치유되지 않고 내재되어 있으면서 나를 안으로부터 조금씩 갉아먹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치유가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낀다.

이제 따뜻한 커피 몇 모금만 마셔도 속이 쓰리다. 일상의 작은 기쁨들을 누릴 수 없게 된 내 자신을 돌아보니 어떡하다가 내 자신에 연민의 정이 드나 마음이 든다. 폭음에 폭식을 해 왔던 것도 아닌데. 생각해보면 정말이지 심리적 외상들이 치유되지 못하고 속으로 곪아왔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늘부터라도 내 자신의 치유에 힘써보도록 하자. 마음의 치유.

헌틀아리 미주 모임

미국에 오고 나서 처음으로 멤버들이 헌틀아리 이름으로 모였다. 헌틀아리는 한틀아리 졸업생 모임의 이름이다. 병주나 석영이 따로 따로 만난 적은 있지만 이렇게 다 같이 모여보기는 처음이다.

라스베가스에서 너무도 건전한 밤을 보내고 왔지만 그래도 오래된 벗이 좋기는 좋다. 되지도 않는 논쟁에 몇 시간 씩을 보내도 얼굴 한번 붉혀지지 않는다.

서로 사는 지역도 다르고 처한 상황도 달라 날짜 맞추기가 쉽지가 않지만, 가능하다면 일년에 한 번 정도는 정기적으로 모였으면 하는 바램이다.

자격지심

자격지심의 근원에는 쓸데없는 우월감과 못난 열등감이 자리잡고 있다.
나와 남을 비교한 다음, 나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한 암묵적인 무시가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아주 나쁜 마음이다. 겉으론 들어내지 않지만 남을 무시하는 마음이 가슴 깊숙히 비수처럼 숨겨져 있는 것이다.
내가 가진 것과 이룬 것들이 아주 하찮아 보이는 이유는 어쩌면 역설적이게도 쓸데없는 우월감 때문이다. 왜냐하면 그 쓸데없는 우월감과 못난 열등감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미 가진 것들, 내가 이룬 것들, 사람들 모두가 알아주진 않더라도 주어진 환경에서 내가 노력해서 얻은 소중한 것들이다. 그런 모든 것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먼저 갖도록 하자. 그것에서 시작해야 이 쓸데없는 자격지심을 다스릴 수 있을게다.

제주 흑돼지와 제주 소주

제주대에 있는 조정원 교수의 초청으로 제주도에 왔다. 무선센서네트웍에 관한 특강을 하고, 저녁으로 한라산물이라는 소주와 함께 제주 흑돼지를 먹었다. 주말부터 살짝 감기 몸살 기운있었는데, 오늘은 몸이 더 안좋아졌다. 술을 마실만한 몸 상태가 아니라서 몇 잔 밖에 마시지 못했지만, 술 맛은 좋았고, 고기맛은 더 좋았다. 돼지 껍데기도 고기와 함께 나왔다. 아주 예전에 한번 껍데기 고기를 먹어봤는데, 그 때 느낌은 고무 장판 잘라 놓은 것 같았는데, 이번 것은 그것과 비교가 되지 않게 맛있다.

제주도의 용눈이 오름

제주대의 조정원 교수 초청으로 제주에 왔다. 제주에는 오름이라고 하는 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낮고, 언덕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높은 것이 있다. “용눈이 오름”이라고 한자로 쓰여진 이름을 보니 용이 누워있는 모양이라 “용눈이”란 이름이 붙은 모양이다. 야트막한 언덕이 예쁘게 누워있다.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고, 언덕을 따라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올라온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산책로에도 소들이 다녀간 흔적(?)이 너무 많았다는 것.

숙소는 제주대의 국제교류회관이었는데, 왠만한 기숙사보다 시설이 좋아서 지내는데 아무런 불편이 없었다. 제주도에는 언젠가 기회가 또 된다면 다시 와서 제주 구석 구석을 돌아보고 싶은 생각이다.